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수필] 호감과 비호감 사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3-23 09:35:26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호감과 비호감 사이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일과를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던 길에 잠시 마트에 들렀다.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려면 며칠 전 떨어진 간장을 사야 했다. 진열대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데 한 노신사가 내게 도움을 청했다. 그가 찾는 것은 가락국수 국물을 만드는 간장이었다. 적당한 제품을 골라주며 물을 배합해 사용하는 법까지 일러주다 보니, 어느새 십 오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마트를 나서며 "이 바쁜 시간에 간장 한 병 사러 왔다가 웬 오지랖이람."하며 혼자 웃음을 지었지만, 사실 그것은 그의 지적인 모습과 말투에서 느꼈던 호감 때문에 우러나온 기분 좋은 과잉 친절이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마음속에 훅하고 전해지는 '직감'이라는 것이 있다. 호감 혹은 비호감으로 갈리는 이 찰나의 느낌은 순식간에 형성된다. 그 느낌의 주체는 나 자신이기에 상대방을 탓할 수는 없겠으나, 신기하게도 후에 돌이켜보면 상대가 좋은 사람인지, 가까이할 만한 사람인지 판단했던 그 첫 직감이 들어맞을 때가 많다.

 

실제로 미국 프린스턴 대학 심리학자의 실험에 따르면, 호감과 비호감을 판단하는 과정은 단 0.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사진을 힐끗 보게 하든, 시간을 늘려 실물로 보여주든, 실험자들이 직감적으로 내렸던 판단은 결국 바뀌지 않았으며 애초의 판단이 맞았음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양로원 입소 상담을 하다 보면 마음속에 거부감이 생길 정도로 비호감을 주는 사람이 있다. 내 편견일 것이라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며 절차를 진행해 보지만, 그런 경우는 예외 없이 다른 이들과 마찰을 빚고 공동체의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처음 그런 일을 겪었을 때는 한시라도 빨리 퇴소시키는 것만이 최선이라 믿었다. 그러나 생의 마지막을 편히 보내고자 찾아온 노인을 내보내야 한다는 죄책감과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로 다가왔다.

 

살면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관계를 하루하루 버텨야 하는 것만큼 마음 상하는 일이 또 있을까. 제각각 다른 노인들이 모여 사는 생활공동체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이의 삶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울화통이 터질 것 같은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삶의 무게에 발목이 잡혀 떠날 수도 없었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간절했기에,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내가 변하는 것뿐이었다.

 

10여 년 전 양로원을 찾아오셨던 정 할머니가 생각난다. 웃음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을 처음 대했을 때, 비호감의 느낌이 너무 강해 어찌하면 입소를 거절할까 핑계를 찾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할머니의 인생사를 듣고 나니, 연고 없는 타국에서 육십 년 세월을 홀로 지켜낸 그 삶이 연민을 넘어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양로원에서 함께 생활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할머니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난 태어나서 지금처럼 행복해 본 적이 없었어."

 

호감은 유전적 인자가 아니라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사회적 지능 같은 것이다. 이는 체계적인 교육 없이는 혼자서 깨닫기 힘든 영역이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호감과 비호감을 가르는 내 직감을 믿는다. 앞서서 남을 돕고 챙기시던 정 할머니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난 후에는 내 직감력의 용도가 달라졌다. 비호감이라는 이유로 지레 피하기보다는, 단 한 가지라도 그 사람에게서 호감을 찾는 일에 초점을 맞추려 노력한다.

 

태어날 때부터 비호감인 사람은 없다. 로또에 당첨되면 몽땅 내게 줄 거라며, 매주 화요일이면 가쁜 숨을 내쉬며 건너 편 주유소로 로또 티켓을 사러 가던 정 할머니가 내게 남겨준 교훈이다. 그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했나 보다. 타인의 삶 속에서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법을 말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어른  다움의 서사

김 정자(시인 수필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말은 내 보이기 싫은 것들이 늘어난다는 말과 동의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름살, 흰머리, 아집, 애착이 은근히 자리 잡기 시작하

〈비즈니스 포커스-김철회 태권도장〉 “무예와 지성 겸비 태권도인 양성”
〈비즈니스 포커스-김철회 태권도장〉 “무예와 지성 겸비 태권도인 양성”

"태권도 통해 '예'와 '인성'을 수련"썸머스쿨, 방과후 학교 인기 폭발  스와니 시청 옆에 위치한 김철회 태권도장(World Class Taekwondo)은 예와 인성을 중시하는

2026 코리안 페스티벌 준비 힘차게 출발
2026 코리안 페스티벌 준비 힘차게 출발

4일 발대식 열고 축제 준비 시작헨드릭슨 귀넷의장 명예 대회장 애틀랜타 코리안 페스티벌 재단은 4일 저녁 귀넷카운티 사법행정센터에서 2026 코리안 페스티벌 발대식을 개최했다.올해

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발간
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발간

미동남부 한인회연합회는 4일 둘루스에서 『미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2022년 홍승원 전 회장이 편찬위원회를 구성해 4년 만에 완간한 이 책은 연합회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정치·경제적 성과, 한인체육대회, 참정권 운동 등 6개 분야의 기록을 담았다. 출판기념회에는 박선근 초대회장, 김기환 현 연합회장 등이 참석해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4세 한인 카일리 정, 조지아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 등극
14세 한인 카일리 정, 조지아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 등극

최종 합계 6언더파 210타(73-70-67)로 우승8월 US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 출전권 획득 커밍 출신의 14세 한인 소녀 카일리 정(Kylie Chung)이 3일 기량이 뛰어

폰지사기 뒤 사라진 귀넷 남성에 거액 현상금
폰지사기 뒤 사라진 귀넷 남성에 거액 현상금

FBI,제보자에 15만달러 90여명 1천만달러 피해 수년 전 대형 폰지 사기극을 벌인 뒤 사라진 귀넷 출신 남성 검거를 위해 연방수사당국이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며 수사 수위를 높이

조지아,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
조지아,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

최근 비로 다소 완화 불구식수원 수위 아직도 낮아 최근 1,2주 사이에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애틀랜타를 비롯한 조지아 전역에 닥쳤던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관련 전문가들이 진단

〈한인마트정보〉명품 소고기∙ 프리미엄 돼지고기…방학 맞은 자녀 건강 챙기기
〈한인마트정보〉명품 소고기∙ 프리미엄 돼지고기…방학 맞은 자녀 건강 챙기기

H마트스마트 카드 고객에게는 농심 신사발면12 EA 11.99, 농심 육개장사발면12 EA 11.99, 오징어채LB 15.99,수협 손질냉동가자미 USA LB 3.99,씨없는수박

[비즈니스 포커스] 제이로펌(J Law Firm) : "투명한 소통으로 한인 권리 지킨다"
[비즈니스 포커스] 제이로펌(J Law Firm) : "투명한 소통으로 한인 권리 지킨다"

복잡한 교통사고와 개인 상해, 언어 장벽으로 막막하신가요? 구글 평점 5점 만점을 자랑하는 스와니 제이로펌(정효선 변호사)이 100% 한국어 맞춤 대리로 해결해 드립니다. 한미 양국 정서를 완벽히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적당한 합의가 아닌 의뢰인을 위한 끝장 소송까지 불사하며 권리를 지켜드립니다. 조지아주 사고 발생 시 필수 초기 대응 지침과 현명한 대처법을 기사에서 바로 확인해 보세요.

[신앙칼럼] 다볼산의 기적 예수 (The Miracle of Mount Tabor, Jesus : 마태복음Matthew 17:1~1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1. [도입] 붉은 흙 위에 울리는 나지막한 음성앨라배마의 뜨거운 태양 아래, 버려진 돌조각들로 평생 기도의 정원(아베 마리아 그로토)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