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자(시인 수필가)
단풍이 낙엽으로 가랑잎 더미를 만들고 가을걷이가 마무리된 쓸쓸한 들녘의 정취로 하여 몸을 움츠리게 되는 겨울 초입으로 접어들자 마음까지도 움츠려 드는 것 같다. 가을 햇살 이며 풍경이 연출해내던 분위기마저 사위어 가고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가을 색조가 적막함으로 짙어 진 탓인지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무슨 일 있었어, 많이 예뻐졌어”라는 인사말도 믿을 것이 못 된다고 단정짓게 된다. 거울을 보게 되면 FACT 그대로 의존하기로 한 것이 옳다는 생각이 되니까. 내 맘을 내가 다스리지 못하고 타인의 잣대에 오락가락하는 일은 추수를 끝낸 들 녘에서 이삭 줍기 일 수 밖에. 결론은 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서글픈 사실을 굳게 붙들게 된다. 하지만 병원 저울과 집 저울이 항상 그 수치에 격차가 있는 것처럼 사실 나 자신도 믿을 만 하지 못할 때가 듬성듬성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삶의 줄거리 일부분이겠지만.
어디 그 뿐인가. 믿을 만한 사람을 확보하는 일 조차 난관에 부딪힐 때가 적지 않다. 문화적 물리적 틈새를 무시 할 수 없더라 는 것이다. 좋을 때는 곁에 사람이 많았지만 건강을 잃게 되면서 나라는 존재를 이해 받고, 함께 해줄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 고심하게 되었으니까.진정한 친구라는 개념 통찰이 필요함을 몸이 힘들어지고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표면적 친절과 공동체적 연대 속에서 신뢰 가능성이란 전제 조건의 제한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정체성 존재를 온전히 이해 받으려는 것 조차 단순한 친목 이상의 의미가 필요했다. 자신이란 존재를 인정 받고 확인 받기 위해서는 정서적 안전망 역할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이 작은 사실 앞에서도 빛나는 통찰력의 발휘가 요구되고 있다. 덕으로 세워진 관계는 인격과 선함이 바탕을 이루었기에 완전한 관계로 정립되겠지만, 반면 이익 추구 실손 계산이 성립되면 관계도 끝나는 시대를 목격하게 되었다. 이익이 되는 관계보다 서로를 더 나은 인격으로 이끌어주는 관계가 인생의 크나큰 축복인 것이요 큰 자산이라 할 수 있음인데 타산 위주 관계가 득세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세상 흐름이 불안해서 일까. 타인의 피해의식에 쉽게 감염되고 있다. 요란한 세상이 던져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인지 어디든 구조 받아야 하는 일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식에 사로잡힌 듯 하다. 무언가를 대비해야 한다는, 준비 없이 불안한 일을 마주하지 않으려는 행보로 보인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두려움의 대비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기 때문일 게다. 평화롭고 안정된 세상을 추구하는 백성으로 살아가려는 의지 위에 불침번처럼 덤벼드는 불안감 감염 네트워크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풍조가 만연해졌다. 공포는 더 이상 안전거리가 존재하지 않는, 우리 내부의 불안에서 기인된 것처럼 보인다. 위정자들은 끊임없이 실을 감고 풀기를 거듭하며 스스로를 구조해 보려는 국민들의 공포를 시대적 공포로 굳어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묵인해도 되는 것인지. 두렵다. 마치 채무 불이행을 한 것 같은, 기본 값 미달이라는 설정 값을 통신표에 내신성적으로 받아버린 것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상태의 디폴트 세상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살아가야 할 삶의 줄거리가 점점 두려움과 공포로 하여 평안과 행복, 안전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고 바람직한 삶의 줄거리를 만들어 온 우리는 이미 태어날 때 선택권 없이 부모와 생년월일이 결정되어 있었다. 또한 부모님 가치관에 의존된 교육을 받고 양육되어 지면서 생육하고 번성할 준비를 해 온 것이다 생명의 순환과정(Circle of Life)이 진행되고 있었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자연 섭리를 삶의 순환으로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면서 삶의 줄거리를 만들어 온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많은 시니어들이 디폴트 세상에서 살아왔고 또 살고 있으면서 모든 것이 규칙화 되어있는 디폴트 세상에서 돌출구를 찾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은퇴라는 인생의 반환점에서 쉼표처럼 만난 시간을 막상 성수기가 끝난 휴양지처럼 텅 빈 마음으로 시니어라는 황금기를 놓치고 있음은 아닐까. 남은 삶의 여백을 따뜻하게 채울 수 있는 기회를 붙들자는 것이다. 생의 추운 겨울을 든든하게 버틸 저축을 얼마나 해 두었는지, 일찍이 준비가 필요했을 수도 있겠지만, 비록 젊은 날의 체력을 기대할 순 없겠지만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나무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늘 내 편에 서서 내 손을 꼭 잡아준 사람, 세월 주름이 겹겹이 쌓여 있지만, 그 손을 놓치지 않으며 남은 날을 갈무리하며 삶의 줄거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을 완주할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겸허하고 성숙한 선언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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