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휴스턴에 사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배님, 우리 집에 경사 났어요!" "응? 무슨 일인데?"
후배는 설레는 목소리로 "시어머니, 친정 어머니를 우리 집으로 모시기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노인 한 분 모시기도 힘든 세상에, 두 분을 모시게 되었다는 말에 놀라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후배는 생각보다 재미있다며 웃었다.
"어머니들이 마치 유치원생들 같아 귀여워요. 병원에 가는 게 좀 힘들뿐, 멀리서 걱정하는 것보다 한결 맘이 가벼워요."
시어머니의 '시'자가 싫어서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농담이 나오는 세상에, 이 얼마나 아름다운 경사인가.
이 아름다운 후배는 나의 숙명여대 영문과 후배인 심지수다. 몇 년 전 휴스턴 폭풍으로 집을 송두리째 잃었던 아픔을 겪었지만, 그녀에게서는 삶에 시달린 흔적도, 가난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가끔 전화를 걸어 예쁜 목소리로 노래도 불러주고 영시도 읽어주는 그녀는 마치 도인과 같다. 도를 통한 사람이 도인이 아니라, 험한 인생길에서 길을 찾아 걸어가는 사람은 누구나 도인이다.
그녀는 물질에 매여 헤매이지도 않고 지나친 행복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하늘로부터 내려받아 먹으며 살아가면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며 맑게 웃는다.
스스로 길이 되는 사람
청파동 숙명여대 뒷골목 찻집에서 데이트하던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는, 그 흔한 명품 백 하나 갖추지 못했어도 그 자체가 빛난다. 사랑, 그 자체가 되어 걸어가는 사람. 그녀야말로 진정한 하늘 사람이 아닌가.
자신이 사랑 그 자체가 되어 걸어가는 후배의 따뜻한 마음이 뜨겁게 느껴진다. 후배의 전화를 끊고 나는 생각했다. '선배님, 해바라기를 갖고 싶다'는 후배를 위해 오늘은 노오란 물감을 푼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길이 되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 모든 꽃들은 시들어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시인의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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