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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보이는 만큼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8-15 08: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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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자(시인 수필가)    

 

백발에, 은발, 노란 머리까지 옹기종기 할머니들이 모였다. 하소연에 곁들여지는 충고들이 가지 각색이다. 아들 이야기, 딸 이야기에 며느리, 사위, 손주 자랑까지, 그게 끝이 아니다. 누구는 이래서 기분 나쁘고 누구는 저래서 자존심 상한다는 군소리가 시작되면 화장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는 핑계로 자리를 뜨곤 한다. 사설의 결론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만큼 느끼고 감동하면 되는 것을, 보이는 만큼만 보고 들리는 만큼만 듣기로 작정한 것 같다는 뉘앙스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아픔이나 상처만을 오로지 인정해달라는 아우성으로 들리기도 한다. 정당성을 내세우며 상처를 흔들어 보여야만 위로 받을 수 있기에 어떻게 해서라도 주변에 알려야만 보상 받을 수 있다는 사고에 묶여버린 것 같다. 후회와 상처로 남겨진 흔적들이 지워지지 않는 채 고정관념으로 굳어져 버린 것일까. 이런 말이 있다. 세상만사는 ‘좋은 일과 나쁜 일들이 반반씩 차지한다’ 했다. 매사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골고루 주어진다는 뜻을 부디 삶 속에 접목했으면 싶다. 삶 속의 하루들이 좋기만 한 것도 아닌. 그렇다고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계절도 날씨도 그랬다. 시원한 바람에 따가운 햇살, 천둥 번개에 비구름이 모두 자연 몫으로 우리네 삶을 흔들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네 일상의 삶 자체가 고뇌에 휩싸이기도 하고, 스트레스로 하여 숨쉬기 조차 힘들 때도 있기 마련이다. 인간의 뇌가 생존본능과 불확실한 미래를 감지해오는 동안 예민한 쪽으로 반응하며 발달되어 왔기 때문일 게다. 추리해보면 예민해지려는 인지를 긍정적 마인드로 돌려세우려는 반작용의 소치 탓이리라. 세상을 타진하려는 지각으로 하여 선한 의도가 순작용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조금은 느긋해 지고 싶은 본능적 의도를 못이긴 척 받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든 삶의 밸런스 유지를 위해 촉각은 더듬이처럼 감지하고 있다. 몸과 정신적 상태를 감안하면서 최선의 밸런스를 세워가고 있음은 실로 신기할 정도로 감사의 경지로 이끌어 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실제적으로 몸과 마음의 쉼을 위해 여행을 택하게 되는 것도 잠깐의 현실 도피라는 사유 보다 복잡하게 얽혀버리려는 뇌를 쉬게 해주자는 의미가 더 깊음을 간파할 수 있다. 인생사가 그렇다. 타성에 젖기도 하고 지루하지만 어쩔 수 없이 영위해야 하는 삶의 리듬에 산소 같은 활력소를 공급을 갈구하게 되는 본능적 욕구 충족의 발로일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삶의 코너에서 본의 아니게 맞닥뜨리게 되거나 말려들 때에도 탈출구를 갈구하게 된다. 삶의 리듬이나 속도감에 떠밀려 이렇게 되도록 자신을 내버려 두어도 괜찮을 것인가 예민한 결단이 필요할 시기가 도래하기도 한다. 탈출구를 도모하는 일에 게으르다 보면 종국엔 보이는 것 만큼만 보이게 되고, 들리는 것 만큼만 들으려 하는 추구의 오판이 득세하게 될 것이다. 예측하지 못한 일들과 실수로 인생이 어그러질 수도 있음이요, 부분적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많은 부분이 일그러지고 망가지는 경지에 들어설 수도 있는 가히 위험 신호와 마주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열심히 달리는 일에만 집중했던 젊음의 시기도 흘러 보낸 지금이라 달려온 길도 차분히 돌아 볼 것이요, 다가올 길도 점검해 가며 귀도 열고, 눈도 크게 뜨고 세상살이에 도전하듯 임해야 할 일이다. 특별한 해답이 있겠는가. 인생이 조금 찌그러졌다고 실망하지 말 것이며,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쓰다듬어 주며, 절약하느라 궁상 떨지 말고, 잘난 척에다 잘 사는 척 호들갑 대지 말고,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며 누리고 살면 세상이란 바다에서도 사해처럼 두둥실 떠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보이는 것 만큼만 볼 수 밖에 없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노년의 시력에 마음의 시력을 넓히다 보면 상대적 평가로 누군가를 비교 분석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요, 절대적 평가로 상대를 딛고 서야 하는 존재로 평가하는 일도 버리게 되면 시야도 넓어질 것이요 청력 또한 먼 기적소리 까지 섭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노년의 삶을 조금은 격상시켜보자는 것이다. 나이 듦으로 인해 쇠약해진 모습이라 숨지도 말 것이요, 마지막 날까지 꿋꿋하게 자신을 믿어주는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죽음은 선택이 불가능한 마침표다. 살아있는 동안 가슴 조리지 않고 편히 사는 것이 죽는 일보다 쉬울 터이라서 노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덤으로 얻은 인생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보이는 만큼만 볼 수 밖에 없다고 단언하지 말 것이다. 슬기로운 사람과 미련한 사람의 존재의 차이는 바라봄에 있다. 심미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미쳐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나란히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데도 어두움 속에서도 빛을 보게 되는 눈이 있고 보기 싫다고 진저리 치면서도 보기 싫은 것만 바라보는 눈도 있다. 심미안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 보노라면 시야가 바뀐다. 보이는 만큼만 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심미안으로 인생을 바라보자. 그러 노라면 고유의 인간 존엄성을 지켜낼 수 있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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