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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책임 물어야 할 ‘작전세력’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2-31 16:54:54

조윤성의 하프타임, LA미주본사 논설위원,책임 물어야 할 작전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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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작은 배에 너무 큰 돛을 달아주면 그 배는 기울게 돼 있다”고 말한바 있다. ‘공정과 상식’이란 ‘미끼상품’을 내걸고 대선판에 뛰어들어 결국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던 윤석열이 정확히 당선 천일 만에 탄핵 당하면서 권좌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어처구니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그는 정치적 몰락을 자초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실패는 시점의 문제였을 뿐 이미 대선 국면에서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그만큼 윤석열은 대통령이란 자리가 요구하는 덕목과는 너무 거리가 먼 인물이었던 것이다.

나는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던 2021년 8월 ‘대선 시장의 어떤 불량주’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국민들이 다른 보수후보라면 몰라도 윤석열을 선택해선 안 되다고 경고했다. 꼭 훌륭한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라지만, 윤석열이라는 배는 ‘국가경영’이라는 큰 돛을 지탱하기에는 너무 작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검찰총장이던 정치검사 윤석열은 어느 순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수록 자신의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그는 보수세력, 특히 보수언론의 엄호 속에 지지율을 의식한 행보를 지속하면서 그릇에 어울리지 않는 꿈을 키웠다. 권력에 부역함으로써 기득권을 지키던 기존의 ‘기생형’ 정치검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 최고 권력이 되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자질이었다. ‘코로나 민란’ 발언에서부터 “주 120시간 노동” “없는 사람들은 부정식품이라도 먹게 해 줘야 한다”는 언급에 이르기까지 입만 열면 설화를 일으키며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을 쏟아냈다. 인문적 소양은 너무 얕았고 성정은 거칠었으며 태도는 불량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감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콘텐츠는 둘째 치고 별로 깨끗해 보이지도 않았다. “박근혜보다도 못하다”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렇듯 하자가 많은 함량 미달 후보가 시간이 지나면서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떠올렸던 것은 미국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테라노스’ 가짜 신화였다. 손가락에서 채취한 피 몇 방울만 있으면 260여 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메디컬 키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일약 바이오 업계의 총아가 됐던 스타트업이다. 한때 기업가치가 90억 달러에 육박했지만 모든 게 거짓임이 드러나면서 한 순간에 몰락했다.

아무런 원천기술도 없던 ‘테라노스’가 신데렐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앞 다퉈 이 기업을 포장해준 언론들과 이 기업의 이미지를 이용하려던 시류영합 정치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들이 빈껍데기 기업인 테라노스의 ‘작전세력’이 돼 준 것이다.

‘대선시장의 불량주’ 윤석열이 우량주로 둔갑해 대중에게 팔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내재적 가치 때문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모두는 다 안다. 많은 언론들과 정치인들이 윤석열을 띄우는 ‘작전세력’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일부 보수언론은 윤석열이 내세운 미끼상품인 ‘공정과 상식’을 팔아주는 데 누구보다도 앞장섰다. 그러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후보의 자질과 주변의혹 검증에는 눈을 감았다. 전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보도 태도였다.

함량 미달 후보가 대통령이 돼보겠다고 나서는 것까지 뭐라 그럴 수는 없다. 안 뽑아주면 그만이니 말이다. 문제는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여론을 호도해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세력들이다. 이들이 저지른 죄과와 책임은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지난 2001년 미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 엔론의 몰락은 경영진의 부정부패와 분식회계가 빚은 경제 대참사였지만 근본 바탕에는 이런 행태에 눈을 감은 채 이를 방조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돕기까지 한 회계감사법인 아서 앤더슨의 책임방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엔론의 몰락과 함께 아서 앤더슨이 공중분해된 것은 당연한 사필귀정의 결과였다.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윤석열을 옹위했던 작전세력들은 군과 경찰을 동원한 윤석열의 ‘친위 쿠테타’ 이후에도 책임에 대해 언급하거나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죄를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기껏해야 윤석열을 비판하면서 “이 정도인줄은 몰랐다”고 탄식하는 정도이다. 여당의 대다수 의원들은 비판은커녕 오히려 내란옹호 스탠스에 자신들을 가두고 있는 형국이다.

이성을 상실한 12·3 비상계엄으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은 탄핵 심판대에 세워지고 법의 판결을 받게 되겠지만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작전세력’들을 실정법으로 단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이들을 응징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언론시장에서 올바른 뉴스 소비를 통해, 또 투표라는 정치시장에서의 준엄한 심판을 통해 그 책임을 묻고 대가를 치르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깨어있는 국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윤성  LA미주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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