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행복한 아침] 아 가을인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1-08 08:19:57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아 가을인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정자(시인·수필가)

 

‘아 가을인가’ 이 가곡은 가을이 돌아오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다. 후반부 소절엔 멜로디도 가사도 기억이 흐려지려 했는데 이번 주 합창단에서 악보를 받게 되었다. 반가웠다. ‘아! 가을인가 / 아! 가을인가 / 아~ 가을인가 봐 / 물동이에 떨어진 버들잎 보고 / 물 긷는 아가씨 고개 숙이지 / 아! 가을인가 / 아! 가을인가 / 아~가을인가 봐 / 달빛이 고요히 창에 비치면 / 살며시 가을이 찾아 오나 봐 / 김수경 시인의 시에 나운영 교수님이 14세에 곡을 써서 만들어진 곡으로 그윽하면서도 밝은 서정을 음미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곡이다. 1936년에 작곡된 곡으로 지금으로부터 88년 전에 만들어진 가곡이다. 나운영 작곡가는 1922년에 출생하시어 1993 년에 작고하시기까지 수많은 교향곡, 협주곡, 미사곡, 오페라, 가곡 등 여러 분야의 음악을 작곡하셨고 성가 곡으로 ‘주께 드리네’ ‘여호와는 나의 목자 시니’ ‘피난처 있으니’ 등 성가 독창 곡15곡 외에 성가 합창곡과 많은 칸타타 곡들을 남기셨다.

여학교 시절에 즐겨 불렀던 가곡이며 민족 혼을 노래했던 음악들이 거의 50년에서 80년 전 작곡된 노래들로 옛 사람들의 고유한 정서가 배어 있다. 유년 시절, 고운 동요들이 지금에까지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곡들을 문득 문득 불러보곤 한다. 그 시절에 즐겨 불렀던 노래 속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감성을 토닥여 주었던 곡들로 기다림, 그리움이 내재된 애틋한 노래들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기다리고, 사람을 그리워하고, 살포시 사랑을 내비치던 대상이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관에 벨 소리가 나면 보고싶고 기다리는 사람이 아닌 택배가 기다리고 있는 시대로 흘러왔다. 현대인들 손에는 종일 핸드폰이 들려 있는 시대로 접어 들었고 그리도 고왔던 정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정이란 말조차 임차 임대의 모호한 관계로 전향되는 서글픈 시대상 연출이 진행되고 있다. 다사로운 유년시절의 티 없이 맑고 운치 있는 정을 찾아 보기 힘든 시대상으로 돌아 선지도 오래다.

봄이면 Duck Wood가 애틀랜타 고유 봄꽃으로 불리울 만큼 하얀 꽃을 피워내며 봄날을 장식하고, 가을이면 단풍 중 으뜸 빨강으로 상큼하고 화사한 애틀랜타 가을을 단장해 주었는데 해마다 산뜻한 선홍으로 치장했던 Duck Wood가 어찌 올해는 기후 변화 탓인지 세월에 지친 기색이 완연한 터라 곱게 물든 잎새를 띄우지 못할 것 같은 조바심으로 단풍이 찾아들 가을 날을 군걱정하기에 이르렀는데 가을 햇살은 아침 저녁으로 새아씨처럼 비단결 같은 흐느낌으로 다가왔다가 해가 중천으로 솟으면 한여름 더위를 연상시키 듯 따갑던 흔적이 엿보인다. 가을은 온통 울긋불긋 종잡기 힘든 색상들을 연출하며 산야를 휘젓고 다니지만 언제나 틈바구니 계절이 되어 하마 들어섰는가 돌아볼 참이면 어느새 떠나버리고는 간간이 틈새로 바람을 불러들이곤 한다. 가을 바람은 지나간 여름과 다가올 겨울을 새김질 하기 위해 여름을 거스르듯 여름 날 격랑으로 불어대기도 하고 겨울을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재촉질로 칼 바람을 모방하기도 하면서 어수선하니 질서 없는 바람길이 가을 맞이에 나선 세상을 어지럽히고 우리네를 미혹하 듯 가을 속으로 끌고 가는 것을 즐기는 듯 보이기도 한다. 단풍이 물들고 바스락대며 가을 밟는 소리로 가득한 천지는 거대한 미술관이 된다. 단풍이 누리는 고독에도 시선이 간다. 고독은 한도를 넘은 욕망을 다스려 줄 뿐 아니라 자신이 행해야 할 바를 발견하도록 도와 주기도 한다. 소박한 사람들은 원하는 바가 적을 뿐 아니라 바램을 충족하는 일에도 수월하게 적응한다. 닿을 수 없는 욕망이 나대지 않으면 그것을 쟁취하거나 누리려는 욕심조차 존재하지 않는 법. 이에 단풍도 가을 고독을 그렇게 누리고 있음을 본다.

가을이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어 진다. 가을을 노래하는 시를 쓰게 되고 시는 리듬을 싣고 아름다운 선율에 실린다. 화려한 색상으로 화폭에 담는 화가가 되어 마음껏 색감을 쏟아 붓고, 쏟아 붓는다. 가랑잎으로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까지 가락으로 승화시키는 가을이여. 가을 예술은 일맥상통하고 있었다. 시도 음악도 그림으로도 기다림과 그리움에서 영감을 얻고 예술로 승화되는 가을이여. 가을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우리네 인생 길을 재연하고 있다. 은혜로 봄을 맞이 했고 뜨겁고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고 그 사랑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고 겨울나기를 채비할 수 있는 흐름이 천상 인생 길을 보여주는 실상인 것을.

초록이 단풍으로 물들고 낙엽 되어 가랑잎으로 가을 들판을 누비고 다니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역설하는 가랑잎의 몸부림을 본다. 끝은 마지막이나 끄트머리나, 궁극을 표현하는 아쉬운 말이 아닌 설렘의 뜻이 짙은 말이다. 가을이 마무리되면 가을 끝에 첫눈이 찾아주고, 사춘기 끄트머리에 첫사랑이 새겨지고, 지겨운 백수의 궁극엔 첫 출근이 기다리고 있다. 인생 길의 마지막도 아쉬움이 아닌 다른 미지의 공간으로 이사를 하는 기대감으로 채워지는 일이다. 모든 ‘끝’은 나라는 존재가 있었던 자리에서 ‘첫’자리로 데려다 놓고 떠나는 것이다. 성숙하고 깊은 경지에 이른 사람은 익은 벼 이삭처럼 머리를 숙이고 창조주 앞에 그리스도 없이는 전혀 무능한 존재임을 새삼 인정하게 해주는 가을이다.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가을이 살며시 찾아왔는데 어느 결에 가을도 깊어져 가고 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한인 운영 요양시설 '미선 시니어 리빙' 그랜드 오픈
한인 운영 요양시설 '미선 시니어 리빙' 그랜드 오픈

비중증 노인환자 수용 85베드 규모프라미스교회 인근 9.8에이커 부지  85베드 규모의 한인운영 최신식 노인요양시설인 미선 시니어 리빙(Mesun Senior Living)이 8일

추수감사절 여행 준비 잘하고 계신가요?
추수감사절 여행 준비 잘하고 계신가요?

반드시 자동차 검사 미리 받아야크루즈 컨트롤로 안전 거리 확보 추수감사절이 다가오면서 자동차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AAA는 작년 연휴기간 동안에 약 5천만 명이

마커스〈홈디포 공동창업주〉 장례식에 정재계 인사 총출동
마커스〈홈디포 공동창업주〉 장례식에 정재계 인사 총출동

7일 유대교 사원서 열려유산 대부분 자선단체에 지난  4일 95세의 일기로 사망한   홈디포 공동창업주 버니 마커스의 장례식이 경제와 정치계 인사 등 많은 추모객들이 참가한 가운데

애틀랜타 뉴스전문 방송사 대규모 감원
애틀랜타 뉴스전문 방송사 대규모 감원

스크립스 뉴스 118명 해고 단행모회사 광고수입 감소로 수익 ↓ 애틀랜타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스전문 방송사 스크립스 뉴스가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다.스크립스 뉴스 모회사인 EW 스

2024 한인교회협의회 정기총회 열려
2024 한인교회협의회 정기총회 열려

차기회장으로 최명훈 목사 임명 돼내년 1월 16일 사업총회 개최 예고 지난 7일, 11시 조지아주 로렌스빌에 위치한 아틀란타 한인침례교회에서 애틀랜타한인교회협의회의 정기총회가 열렸

[행복한 아침] 아 가을인가

김정자(시인·수필가) ‘아 가을인가’ 이 가곡은 가을이 돌아오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다. 후반부 소절엔 멜로디도 가사도 기억이 흐려지려 했는데 이번 주 합창단에서 악보를 받

스와니 새 참전용사 기념비 9일 헌정식
스와니 새 참전용사 기념비 9일 헌정식

오전 10시 타운센터에서 헌정식 스와니시는 토요일인 9일 오전 10시 ‘그레이터 굿’(Greater Good)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참전용사 기념비 헌정식을 개최한다.이 기념비는 4

조지아 최대 17억 배상판결 일단 없던 일로
조지아 최대 17억 배상판결 일단 없던 일로

포드트럭 전복사고 1심판결 취소항소법원”포드 반론권 보장안돼”피해자 측, 즉각 주 대법원에 상고   무려 17억 달러라는 조지아 최대 배상판결로 화제를 모은 포드 차량 전복사고 피

이름이 같아서…1년간 억울한 옥살이 한 남성
이름이 같아서…1년간 억울한 옥살이 한 남성

30대 박사과정 남성  석방 뒤사법 시스템에 분노감 표시“몸 묶은 쇠사슬 소리 안 잊혀”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1년 동안 옥살이를 한 끝에 풀려난 남성이 사법 시스템

비교불가! 바디프랜드, “무료로 체험하고 선물도 받아가세요”
비교불가! 바디프랜드, “무료로 체험하고 선물도 받아가세요”

애틀랜타 지점, 2주년 기념 행사홀리데이 기프트 프리 오더 진행 "온가족 건강, 편안한 케어 도와드려요"중장년층의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연일 높아지고 있다. 전문 설문 업체의 조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