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변화는 먼저 성찰과 순수함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
삶의 치열한 탐색이 변화의 핵심 요체인 듯하다.
변화를 갈망하는 치열한 탐색이 의식의 분열을 일으키는 과정이 따르지만, 인간 정신과 의지력을 단련시키는 계기가 된다. 금과 은이 불에 의해 정련되듯이 말이다.
삶의 참가치를 추구하는 정신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가?
한국 감리교 교리적 선언 제1항에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이 진선미(眞善美)의 표준이 됨을 믿으며”라는 구절이 있다.
인간 정신의 지향점이 ‘참되고 착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말함이 아닌가.
참되고 선한 바탕에서 아름다운 사랑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으리라.
서구 문명의 근간이 된 그리스의 미(Art 예술)의 존중 사상, 로마의 법(Law 정의) 존중 사상과 유대의 크리스천이 확립해 놓은 인간 존중(Humanism 사랑)의 사상이 유럽의 정신문화의 모태가 되어 번영을 이루었다.
이는 인생의 황금률로서 영구불변한 보편적 가치와 전통을 이어온 인간 정신의 진(정)수가 아닌가.
삶의 참된 가치는 인간관계에서 서로 존중하고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수평적인 사랑의 관계임을 말하고 싶다.
자신의 삶에 대한 치열한 성찰과 사랑의 마음에 의해 타인의 어려운 삶을 살필 수 있는 눈이 깊어진다.
개념에 머무는 정신이 아닌 삶에서 구체적인 실천으로 타인을 선하게 대하고 진심으로 순수하게 배려하는 사랑의 정신이어야 하리라.
선한 삶을 살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선한 의지를 키우는 훈련이 부족했음을 깨닫는다.
타인과 소통하려는 열린 사랑의 마음이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안타까움이다.
타인을 향한 사랑을 실천하고자 선행의 손길을 내미는 마음은 한없이 초라했음을 심히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민 생활의 녹록지 않은 현실적인 상황은 진정한 대화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쉽지 않다.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는 사람이 미래의 소망을 바라보며 돕는 온정의 손길은 축복으로 여겨져 감사한다. 사랑의 마음이 깃든 따뜻한 손길에 마음의 안정감과 평화를 누리게 된다.
삶의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며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 주는 사랑의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새겨야 하리라.
때로는 허접스럽고 세속적인 이론으로 삶의 참된 가치를 왜곡하며 준동하는 세력이 득세할 때는 느긋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베토벤이 그러했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억압받던 불우한 성장기를 거쳤지만, 그의 높은 자존감은 모든 면에서 담대한 용기를 지녔다.
사회적인 변혁기에도 험난한 세상으로부터 우뚝 선 자유로운 정신의 존재이었다.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았던 악성(樂聖) 베토벤(L, V, Beethoven)의 위대한 생애를 고찰할 기회를 의미 깊게 생각한다.
“베토벤”은 자신의 가혹한 운명과 고난(역경)을 불요불굴의 투지로 이겨낸 초(위)인이었다.
입헌 군주제인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정이 도래하는 시대를 살았던 베토벤은 나폴레옹의 출현을 반겨 맞았다. 그는 나폴레옹이 전제정치를 청산할 공화정의 기수인 집정관으로 보았다.
베토벤은 인간의 존엄성을 억압하고 말살하는 정치적 이념이나 체제를 배격했으며 불굴의 투쟁 정신으로 승리하는 공화정을 꿈꾸어 왔던 사상가이었다.
그의 음악에는 인간 정신의 자유를 향한 줄기찬 염원이 깃들어 있다.(제5번 운명 교향곡)
만년에 그는 인류를 위한 승리의 찬가를 제창하기에 이른다.
“오 벗이여, 이런 가락은 이제 그만 부르자. 보다 우애에 찬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베토벤)
제4악장 쉴러의 시 “환희에 부치는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베토벤이 붙인 가사 한 구절이다.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후 30년간 인고의 세월을 거쳐 완성한 제9번 합창 교향곡은 인류애의 원대한 사상이 담겨 있다.
난청의 고통을 극복한 그는 마침내 “고난을 넘어서 환희로” 승리의 개가를 부를 수 있었다.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는 자신의 치열했던 삶을 초극하여 탄생한 불후의 명곡이다.
“질병으로 생긴 신체적인 불구야말로 한 인간이 초인적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다”(막스 베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