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래 전(前)의 이야기가 되지만…이따금 나를 찾아오는 미국인이, 어느 날 나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이 박사님! 제가 한국에 1970년 대에 미군(美軍)으로 나갔던 적이 있는데요…한국의 간판을 보게 되면 ‘Letter O(O라는 글자)’가 아주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O 字(자)’가 위쪽에 올라가 있기도 하고…옆쪽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중간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아래쪽에 들어가 있기도 하면서…여기저기에 아주 많이 쓰이고 있었는데요, ‘Letter O’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그래서, 내가 “용, 잉, 영, 왕…그리고 ㅎ, 행, 홍…” 등등의 글자를, 종이 위에다 크게 써 놓고서…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되는 한글에 대하여 약간의 설명을 하여 준 적이 있는데…그의 궁금증이 과연 어느 정도나 해소(解消) 되었는지 오히려 내가 더 궁금할 뿐이다.
그렇다! 미국인을 비롯한 서양 사람들의 눈에-알파벳(Alphabet)을 사용하여, 일렬로 된 글을 쓰고 있는 서양인의 눈에- “한글이나 한국어의 모양”이 궁금해 보이는 것은 아마도,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이 기회에 위의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한 가지 해야만 되겠다.
내 눈에 아주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한국어를 영어(英語)로 번역(飜譯) 해 놓은 것인데 간단하게 몇 가지 예(例)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구두쇠 → Shoe iron,
철 좀 들어라 → Lift up some iron,
곰탕 → Bear soup,
육개장 → Six dog soup,
목욕탕(沐浴湯) → Bath soup,
육회(肉膾)→ “Six round” “Six times”,
삼청교육대(敎育隊)→Samchung education college
또는, 영어를 한국어로 May I help you? → 5월에 내가 도와 줄까?
이런 식(式)의 번역도 과연 번역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한 마디로 해서…한국말의 뜻도 모르고, 한자(漢字)도 모르고, 또한 영어도 모르는 사람이-바로 그런 수준의 사람이 번역이라고 해놓은 것이리라!
그런데 더욱더 이상하게 보이는 일이 있으니…사실상, 온 국민이 영어에 목을 매고 있는 국가가 한국이 아닌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저토록이나 엉터리로 해놓은 번역이, 그냥 그대로 버젓하게 쓰이고 있으니…그런 사회(社會)를 과연 어떻게 받아 들여야 될까?
<이상봉 철학박사/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