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금호타이어

[미술 다시보기] 내면의 은신처로 스며든 인생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9-27 18:16:14

미술 다시보기,심상용,서울대학교 미술관장,분을 바르는 여인,조르주 쇠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도판, 조르주 쇠라, 분을 바르는 젊은 여인, 1889-1890, 캔버스에 유채, 95.5 x 79.5 cm

‘분을 바르는 젊은 여인’, 조르주 쇠라가 1889에서 1890년 사이에 그린 그림이다. 처음에는 배경 벽의 두 덧문 사이에 여인을 바라보는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하지만 고민 끝에 그 위에 꽃병을 그려 자신의 얼굴을 덮어버렸다. 꼴이 좀 우습게 됐다. 그 자리에 테이블과 꽃병은 썩 어울리지 않는다. 이를 모를 리 없었음에도 그는 왜 자신의 얼굴을 지워야 했을까.

쇠라의 짧은 인생에 극적인 요소는 없었다. 중산층 가정, 대학에서의 회화 전공, 복장은 늘 정장 차림에 일상은 규칙 자체였다. 말수가 적고 감정의 변화는 크지 않았으며 내성적이었다. 이런 기질은 그의 회화와 연애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의 그림들은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구사된 무수한 점들로 덮였고 연애는 끼어들 틈조차 없었다. 변덕스러운 인생과 사랑에 회화를 의탁하고 싶지 않았기에 쇠라는 그 둘을 떼어놓는 길을 택했다.

오로지 한 여인만이 그림에만 파묻혀 살았던 이 금욕주의적인 사내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결코 공략당할 것 같지 않았던 그의 내면의 은신처로 인생이 스며들도록 한 것이다. 

한때 그의 모델이었던 마들렌 크노블로크, ‘분을 바르는 젊은 여인’의 주인공인 바로 그녀다. 쇠라는 그녀와의 관계를 철저하게 숨겼다. 아마 화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에 남자로서의 정체가 뒤섞이기를 원치 않는 그의 기질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야 마들렌느가 그녀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그를 알던 모든 이들이 놀라워했다.

더 믿기 어려운 것은 마들렌에게서 풍기는 인상이었다. 가볍고 수다스러워서 어떤 지적이거나 정신적인 분위기도 찾기 어려운, 허약해 보이는 몸으로 회화 이론을 열변하는 쇠라와는 너무도 상반돼 보이는 용모였다. 

하지만 그녀의 풍만한 몸매에 깃든 어떤 아름다움이 창백한 이론주의에 끊임없이 빠져들도록 재촉하는 쇠라의 내면의 공백을 채워주었던 것이 분명하다. 종종 고치기 전의 그림이 진실에 훨씬 더 가깝다.

<심상용 서울대학교 미술관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미술 다시보기] 내면의 은신처로 스며든 인생
[미술 다시보기] 내면의 은신처로 스며든 인생

도판, 조르주 쇠라, 분을 바르는 젊은 여인, 1889-1890, 캔버스에 유채, 95.5 x 79.5 cm‘분을 바르는 젊은 여인’, 조르주 쇠라가 1889에서 1890년 사이에

[주말 에세이] 다시 불러보는 가을 서곡

어느 틈에 가을이 다가와 느긋하게 자리를 잡는다. 그 지겨웠던 한여름 더위를 조용히 제압해 버리고 서늘한 시그널로 새 장르를 시작한다. 내게 있어 해마다 가을은 나의 근엄한 스승이

[지평선] ‘쇼군’의 성공은‘오징어게임’덕?

1980년 드라마 ‘쇼군’이 미국 지상파TV NBC에서 방영됐다. 1975년 나온 미국 작가 제임스 클라벨(1921~1994)의 동명 소설을 밑그림으로 삼았다. 1600년 일본 전

[시론] 그, 모란시장

박완서의 단편집 ‘대범한 밥상’에 나오는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에 성남 모란시장 근방에서 광주리 장사를 했다는 성남댁 할머니가 나온다. 며느리 진태엄마는 성남댁에게 중

[신앙칼럼] 썩지 않는 사람들(The People Who Don’t Decay, 시편Psalm 16:8~11)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내가 여호와를 항상 내 앞에 모심이여, 그가 나의 오른쪽에 계시므로 내가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 다윗의 시편 가운데 메시아, 예수 그

[행복한 아침] 오늘 하루도

김정자(시인·수필가)지난 24일 국립 기상청은 메트로 애틀랜타를 포함한 조지아 전역에 허리케인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조지아 메이컨 북쪽, 컬럼버스 지역에 25일 오후부터 27일 오후

〈속보〉90세 한인 애틀랜타 아파트서 칼에 피살
〈속보〉90세 한인 애틀랜타 아파트서 칼에 피살

90세 한인 김준기씨 사망해벅헤드 매리안 노인아파트서 90세 한인 노인이 지난 25일 아침 거주하던 애틀랜타 벅헤드 아파트에서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옆집으로 쓰러진 나무 제거·배상 책임은?
옆집으로 쓰러진 나무 제거·배상 책임은?

나무 원래위치 관계없이 쓰러진 땅 소유주 책임재산 피해만 보험 배상 제거비용은 지원 안해 허리케인 헬린으로 조지아 곳곳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 중 강풍으로 인해 나무가  쓰러

올해 졸업생 SAT 평균 조지아 1030, 귀넷 1016점
올해 졸업생 SAT 평균 조지아 1030, 귀넷 1016점

전국 평균 995점에 비해 크게 앞서귀넷은 모든 재학생 의무적 응시해 7년 연속으로 조지아 공립학교 2024학년 졸업생들이 SAT에서 전국 공립학교의 경쟁자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

미쉘 강 후보 "맷 리브스, 거짓말쟁이" 반격
미쉘 강 후보 "맷 리브스, 거짓말쟁이" 반격

리브스 탈세 공격에 '거짓말쟁이' 응수총기협회 리브스 'A', 강 후보 'F' 등급  조지아주 하원 제99지역구(둘루스, 스와니, 슈가힐)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한국계 미쉘 강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