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1년 9월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에서 시작된 ‘오렌지카운티 한인축제’(2013년부터 아리랑 축제로 명칭 변경)는 올해로 4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LA폭동(1992년)과 팬데믹 기간(20-21년)을 제외하고는 한해도 빠짐없이 한인 축제는 개최되어왔다. 이 축제는 한해 한번 열리는 한인사회의 ‘성대한 잔치’이다.
그러나 올해는 한인 축제가 열리지 않는다. 천재지변이나 재난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서이다. 부에나팍과 가든그로브를 오가면서 열렸던 한인 축제는 올해에는 완전히 포기했다.
코리아타운을 미 주류사회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이 축제는 가든그로브 한인타운 상가 밀집 지역에서 열려야 마땅하지만 타운 상가 업주들의 반대로 부에나팍 더 소스몰과 시청 등을 전전하다가 가든그로브로 되돌아 왔다가 올해 결국 손을 들었다.
한인축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축제는 대다수의 업주들은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만 소수 업주들의 반대로 인해서 매년 곤란을 겪고 있다. 시는 샤핑몰 업주 1명이라도 반대하면 축제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또 그동안 열려온 한인 축제는 매년 거의 비슷한 프로그램과 패턴이라서 ‘식상한 행사’라는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년 새롭게 베트남 커뮤니티와 함께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해 타운에서 열지 못할 바에야 아예 접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와아울러 축제재단의 주요 소득원이라고 할 수 있는 부스 판매가 매년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지자체 업체 유치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로컬 업체들의 행사 후원 감소로 인한 적자 위험도 올해 축제 중단에 한몫 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OC한인축제의 이름을 ‘아리랑 축제’로 변경하고 10여년 동안 축제 재단을 꾸려온 정철승 현 회장 입장에서는 매년 장소 선정 문제로 시달려야 하고 적자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축제를 계속해야 할지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타운 일각에서는 정철승 회장이 한인 축제 재단을 장기간 이끌어 오기 때문에 재단 내부적으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새로운 인물이 나와서 새롭게 한인축제를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철승 회장은 적당한 인물이 새로 나와서 축제 재단을 맡아서 이끌었으면 한다는 말을 종종 해왔다. 그러나 항상 재정적인 위험이 따르는 축제 재단을 책임지고 운영하겠다고 나선 마땅한 인물은 그동안 거의 없었다고 한다.
오렌지카운티 한인 커뮤니티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전통있는 OC한인 축제가 이 같은 악조건으로 인해서 내년에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에서 열릴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다. 어쩌면 향후 몇 년동안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한인 축제는 기억 속에서 사라져 없어질 지도 모른다.
한인 축제는 한인커뮤니티의 ‘무형 재산’이다. 오렌지카운티 한인 커뮤니티 이민 역사와 함께 해온 페스티벌로 한인들의 땀과 숨결이 담겨 있다. 한 때는 OC한인 축제가 LA축제 보다 더 알차고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가수 서태지가 OC한인 축제장에서 공연할 정도로 명성이 높았던 적이 있었다. 축제장 주위에 파킹랏이 없어서 1-2시간을 돌아야 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들기도 했었다.
OC한인 이민 사회가 고령화 되면서 한인 축제도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를 한인 커뮤니티에서 방관할 수는 없다. 한인 축제는 오렌지카운티 한인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계속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년에는 예년의 한인 축제에 비해서 더 나은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뜻을 모아야 한다.
만일에 이 상태에서 손을 놓게되면 그 동안 이어온 맥이 끊어지게 되고 오렌지카운티 한인 커뮤니티로 보아서는 큰 손실이다. 그나마 축제를 통해서 1년에 한번 OC 한인 커뮤니티가 함께 모이는 ‘잔치’가 없어지게 된다. 한인 축제가 이대로 주저 앉으면 안될 것 같다.
<문태기 OC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