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뉴스칼럼] 음식 괴담-이민자 차별의 역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9-17 10:39:25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음식괴담,이민자 차별의 역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메이-리 차이 문예창작과 교수의 어릴 적 경험을 지난 주 한 신문에서 읽었다. 고교재학 중이던 1980년대 그가 살던 사우스다코타의 작은 도시에 처음으로 중국식당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80년대 미국 소도시에 살았던 한인이라면 그게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지 안다. 당시 대부분 도시에는 한식당은커녕 한국식품점도 없었다. 한국시장 한번 보려면 한 시간 이상 운전하는 건 예사, 두세 시간 가야 한국식품점이 있을 때는 아예 주말 하루를 장보는 날로 잡고, 그곳에서 외식도 하고 시장도 보곤 했다.

메이-리 가족도 그랬을 것이다. 가족들이 새로 생긴 중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곤 했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한다. 그의 부모는 친구들을 그 식당으로 초대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정중히 거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마을에 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중국식당에서는 길 잃은 개나 고양이를 잡아 음식을 만든다는 소문이었다. 크메르루지 공산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해온 캄보디아 태생 식당주인은 얼마 못가 폐업하고 그 도시를 떠났다.

지난 10일 대선후보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후보가 또 일을 냈다. 오하이오의 스프링필드에 사는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주민들의 개나 고양이를 훔쳐 잡아먹는다는 말이었다. 그곳 시장, 경찰서장, 나중에는 오하이오 주지사까지 나서서 근거 없는 말이라고 부인했지만 진실보다 강한 게 소문. 도시는 날벼락을 맞았다. 폭탄테러 위협이 이어져 병원 건물들이 한때 폐쇄되고, 시청건물이 폐쇄되고 학교에서 대피소동이 벌어졌다.

“느닷없이 무슨 해괴한 소린가” 싶은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 몇 달 전부터 나돈 괴담이었다. 그 지역 누군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게 일파만파 퍼졌다고 한다. 내용은 전형적인 ‘카더라’. 어떤 사람이 고양이를 잃어버려 찾다 보니 아이티사람 집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더라, 고기는 다 먹어 없앤 후였다더라 …. 경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트럼프와 러닝메이트인 오하이오 상원의원 J.D. 밴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이민정책을 주도한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흠집을 내려는 전략이다.

특정 이민집단이 애완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주장은 미국에서 새롭지 않다. 새로운 이민집단이 등장하면 차별하고 배척하는 게 미국의 역사이다. 저들이 얼마나 미개하고 열등한지, 미국사회에 해가 되는지 프레임을 씌우곤 했는데, 이때 주로 동원되는 것이 ‘음식’이다. 

예를 들어 1883년 뉴욕타임스는 “중국인들은 쥐를 먹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커뮤니티 대다수가 암묵적으로 믿는 건 서구인들이 닭고기를 좋아하듯 중국인들은 쥐 고기를 좋아한다는 내용이었다. 뉴욕시 한 의사의 말이 발단이었다. 중국남자가 마당에서 쥐와 고양이를 죽여 요리했다고 하더라고 그는 주장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중국마켓 주인은 강경하게 부인했지만 발 없이 천리를 가는 게 소문. 뉴욕타임스가 기사로 다룰 정도였다.

음식은 편을 가르는데 대단히 효과적이다. 같은 음식 먹으면 ‘우리’, 생경한 음식 먹으면 ‘저들’이 되곤 한다. 특히 백인우월주의자, 민족주의자들이 오래 써온 술수로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면 일자리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괴 소문을 퍼트리곤 했다. 지금은 아이티 이민자들이 그 피해를 입고 있다.

음식은 풍습이다. 지역에 따라 고유한 식문화가 있다. 하지만 애완동물이 가족으로 승격된 시대에 전통이라고 무조건 고수할 수는 없다. 한국은 보신탕을 금지했다. 참고로 고양이 고기를 먹는 나라는 스위스. 크리스마스 특별 요리로 고양이요리가 식탁에 오르는데 물론 지금은 거의 사라진 풍습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켐프 공화당 주지사협회 2025년 회장 당선
켐프 공화당 주지사협회 2025년 회장 당선

27명의 공화당 주지사 대표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2025년 공화당 주지사 협회(RGA) 회장으로 선출됐다.RGA는 연례 회의 후 켐프와 몬태나 주지사 그렉 잔포르테를

케이헤리티지 스토어 단장...'11월 무료 배송 이벤트'
케이헤리티지 스토어 단장...'11월 무료 배송 이벤트'

60달러 이상 주문시 무료 배송다국어 서비스로 편의성 제공 전통문화 테마 온라인 쇼핑몰 '케이헤리티지 스토어(‘K-HERITAGE store)'가 다국어 서비스로 새롭게 개편된다.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개 사살한 둘루스 70대 남성 체포
개 사살한 둘루스 70대 남성 체포

고양이 괴롭힌 개 사살 귀넷경찰국은 21일 둘루스에 사는 70대 남성을 동물학대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귀넷 센트럴지구대 경찰들은 지난 20일 덫에 걸린 개를 사살했다는 집주인

H마트 2025년 탁상용 달력 배포
H마트 2025년 탁상용 달력 배포

25일부터 조지아 전매장 스마트카드 회원 미주 최대 아시안 슈퍼마켓 체인 H마트가 오는 25일부터 조지아 전 매장에서 2025년 탁상용 달력을 증정한다.달력은 H 마트 스마트카드

후코이단, 땡스기빙 특별 이벤트
후코이단, 땡스기빙 특별 이벤트

파우더 후코이단·휴대용 마사지링 증정정품 인증 JHFA 마크 받아 신뢰성 높여 우미노시즈쿠 후코이단이 땡스기빙데이를 맞아 정품 파우더 후코이단과 휴대용 마사지링을 무료로 증정하는

[한인마트 정보] 풍성한 결실의 기쁨! 가족과 함께 나누세요
[한인마트 정보] 풍성한 결실의 기쁨! 가족과 함께 나누세요

시온마켓시온마켓추수감사절 선물상품전으로  보령 재래/파래/녹차 전장김 선물용5매 10봉 /BOX 10.99,  킹스푸드 도라지 배즙/순우리 칡진액/ 흙마늘/즙쟁이 칡과 헛개30 E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