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저전력 반도체 양산 발표
‘달리는 컴퓨터’가 된 전기자동차 시장에 여러 전자회사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노린다. 특히 자동차 전자장치(전장)가 빠르게 고성능화하면서 차량에 안성맞춤인 메모리 수요가 급성장한다고 보고 새 제품을 여럿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13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에 적합한 UFS(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 3.1 메모리 솔루션을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제 반도체 표준화 기구 제덱(JEDEC)의 내장 메모리 규격인 ‘UFS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차세대 초고속 낸드플래시 메모리다.
새 제품은 256기가바이트(GB) 기준으로 이전에 내놓았던 UFS 제품 대비 전력 소비량이 약 33% 낮다. 최대 읽기 속도는 초당 2,000메가바이트(MB), 쓰기 속도는 700MB 수준이다. 자동차에 쓰이는 부품인 만큼 안정성도 중시했다. 영하 40도에서 영상 105도까지 폭넓은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성능을 유지한다.
삼성전자는 앞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용으로도 같은 수준의 UFS 3.1 메모리 솔루션을 내놓았는데 이번 제품은 응용처를 인포테인먼트로 바꿔 최적화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IVI에서도 3차원 그래픽을 활용한 주행 정보를 선보이는 등 필요한 처리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도 많아지고 성능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자동차, 2030년 반도체의 3대 응용처 될 것”
삼성전자는 2015년에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 진입한 이후 꾸준히 제품을 내며 7년 연속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UFS를 비롯해 차량용 D램 등 다양한 메모리 솔루션을 각 기기에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2025년까지 차량용 메모리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SK하이닉스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낸드 솔루션 제품 공급을 늘리며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현재 IT 업계 전반의 침체로 인해 반도체 실적이 좋지 않지만 차량용 반도체만은 성장성이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2년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635억달러(약 81조 원)를 넘어섰으며 2026년에는 962억달러(약 123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본다. 연평균 12.8% 성장하는 수준이다.
반도체 회사 입장에서는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도 성능 좋은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7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인텔 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봤다. 이미 삼성전자와도 협력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시스템반도체 ‘엑시노스’를 2025년쯤 현대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이 아직까지 크진 않지만 기회는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옴디아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으로 독일의 인피니언, 네덜란드의 NXP 등이 시장 점유율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