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직장인 A씨는 가끔씩 찾아오는 목 통증에 불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컴퓨터 작업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증상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며칠 전 물컵을 들다가 손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유리잔을 떨어뜨려 깨뜨린 이후 목 디스크가 의심되어 근처 신경외과를 찾았다가‘후종인대 골화증’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질환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척추는 목 부위 경추부터 꼬리뼈 근처 천추에 이르는 33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척추에는 뼈의 올바른 정렬과 움직임 그리고 안정화를 담당하기 위해 지지대 역할을 하는 여러 인대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척추 전방의 전종인대와 후방의 후종인대를 들 수 있다.
여러 원인으로 후종 인대가 단단하게 뼈처럼 굳어지게 되면 척추관을 지나는 신경이 압박받아 신경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후종인대 골화증이라고 한다. 척추관은 척추 가운데 관 모양의 빈 공간으로 척추관 속에는 뇌로부터 팔다리까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이다.
후종인대 골화증의 정확한 원인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동양인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가족력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 비만, 강직성 척추염, 당뇨병, 면역 질환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7개의 뼈로 구성된 척추의 맨 윗부분인 경추에서 후종인대 골화증이 많이 발생한다. 무증상인 경우도 많지만 초기에는 경추 부위 통증, 압박감, 위화감 등의 증상이 천천히 진행된다. 이후 작은 충격이나 관절이 활동 범위를 넘어 펼쳐지면 급격히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후종인대가 더 딱딱해지고 크기가 커지면 척추관 신경을 강하게 압박하며 손 저림, 감각 이상, 근력 저하 등으로 이어지다가 다리 쪽에도 감각 이상 및 근력 저하가 생긴다. 뼈 조직이 붕괴되거나 용해되고 칼슘이 빠져나가는 골 변성이 동반된다. 심하면 보행장애ㆍ배변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진단은 X선 촬영 검사로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골화된 부위 크기, 모양, 신경변성 유무, 척수 압박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ㆍ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의학 검사를 추가로 시행한다.
발병 초기에는 과도한 운동을 제한하고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 또한 증상 완화를 위해서 소염진통제ㆍ스테로이드 등 약물 요법과 물리 치료, 보조기 착용 등의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증상이 개선되지 않고 척추관 침범이 심해져 심한 통증과 함께 보행 및 운동 장애 등 척수 병증이 나타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경추는 척추체 제거술을 시행하여 골화 부위를 제거한다. 하지만 범위가 넓거나 수술 중 척수 손상 위험이 있으면 환자 상태에 따라 후궁 절제술 혹은 척추 후궁 성형술을 시행하게 된다.
정동문 대동병원 척추센터 소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손이나 다리가 저리는 등 신경장애 증상은 여러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는데 외래를 찾는 환자들 중 현대인이라면 디스크는 가지고 있다는 등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라며 “증상이 나타나면 본인이 판단하기보다는 신경외과 전문의를 통해 진단받아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정 소장은 “후종인대 골화증 예방을 위해 과하게 목을 돌리거나 좌우로 꺾는 등의 행동은 삼가고 누워서 미디어 기기 이용하기, 엎드려서 공부하기 등과 같은 목의 굴곡이 심해지는 자세를 삼가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