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연구팀, 20만7,678명 분석 결과
뇌졸중 발병 첫해에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병 나이가 젊을수록 남성이 여성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신동욱(가정의학과)ㆍ전홍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혜림 임상강사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바탕으로 2010~2018년 뇌졸중에 노출된 환자 20만7,678명의 특성을 분석한 뒤, 이 데이터를 나이와 성별 등을 고려해 조건을 맞춰 선정한 일반인 29만4,506명(대조군)과 비교했다.
그 결과, 뇌졸중 환자는 대조 군보다 발병 첫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5.02배까지 높았고,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위험도도 커져 중증 장애가 남은 경우 9.29배까지 올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위험 정도는 감소했다.
최혜림 임상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로 뇌졸중 환자에게 우울증 위험이 있는지 초기부터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나이ㆍ성별에 따른 차이도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 뇌졸중 후유 장애가 심할수록 우울증 발병 위험도 함께 커졌는데, 65세 미만이거나 남자에게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졌다.
중증 장애가 남은 뇌졸중 환자를 분석했을 때 65세 미만인 경우 대조 군보다 우울증 발병 위험이 5.39배 높았지만, 65세 이상이면 2.62배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같은 조건에서 남성은 우울증 발병 위험이 대조 군보다 3.78배 높은 반면 여성은 2.92배였다.
신동욱 교수는 “사회적 측면에서 활동 범주가 많은 나이와 성별에서 뇌졸중으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압박감 속에 우울증을 더 겪을 수 있다”며 “이런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뇌 변화도 우울증 발병 위험을 키웠을 것으로 봤다. 뇌졸중으로 인해 우울증과 관련 있는 모노아민 감소와 흥분 독성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증가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뇌 손상으로 감정과 인지 기능에 영향을 주는 뇌 회색질 감소가 일어나는 것도 뇌졸중 환자에서 우울증 위험이 높은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전홍진 교수는 “뇌졸중이 발생하면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팔다리 운동 기능에 장애가 생겨 이전의 직업ㆍ사회적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며 “게다가 우울증이 발생하면 사람을 피하고 집에만 있게 되므로 뇌졸중 환자가 더 깊은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우울증 예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