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에 달러 강세 지속… 팬데믹 후 최고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긴축 가속화에 원·달러 환율이 한때 1,250원을 돌파했다. 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달러 가치가 단기간 급등한 것이다. 희비가 엇갈린 한인 산업계는 향후 달러화 추가 강세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25일(이하 한국시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8원 오른 달러당 1,249.9원에 거래를 마쳤다가 26일 0.4원 내린 1,249.5원으로 출발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산 초기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던 2020년 3월23일(1,266.5원) 이후 2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다. 특히 장중에는 1,250.1원까지 올라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250원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을 가속화한 것이 달러 강세·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연준은 다음 5월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0.5% 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한 번에 0.75% 포인트를 올리는 강수를 둘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 8%에 달하는 등 물가 상승이 매우 심각해 FRB 입장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원화 뿐만이 아니다. 일본 엔화, 유럽 유로화 등 글로벌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최근 101.17포인트를 기록하면 최근 2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금융회사 소시에테 제네랄의 케니스 브룩스 외환 전략가는 “달러화는 5월 3~4일 연준 회의 전까지 지지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자산시장에서 달러화 가치 상승이 가장 큰 변수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원화 가치가 단기간 급락하면서 한인 경제계도 큰 충격을 받은 가운데 향후 추가 약세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한인 유학생은 물론이고 가주에 주재원을 보낸 지상사와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추가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반면 한국에서 물건을 들여와 미국에서 파는 벤더 수입업체들은 환차익을 볼 수 있어 이익이다.
팬데믹이 해제되면서 간만에 한국으로 여행을 준비하는 가주 한인들에게도 최근 달러화 강세는 좋은 뉴스다. 하반기에 여행을 준비 중인 한인들이라면 지금 달러화 가치가 올랐을 때 좋은 환율을 활용해 미리 원화를 준비해두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국면이다 보니 원/달러 환율도 쉽게 내려오기보다는 계속해서 상방 압력을 받는 상황”이라며 “금융위기 때처럼 환율이 달러당 1,300원선 위로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우크라이나 전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달러당 1,280원선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