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을 끼고 출ㆍ퇴근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성인 남녀 1,000명에게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46.8%)이 출ㆍ퇴근하거나 운동할 때 등 이동할 때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출·퇴근 시 버스ㆍ지하철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면 청력이 손상돼 ‘소음성 난청’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변이 시끄러워 음량을 키워서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소음이 70~80dB 정도인데, 이곳에서 음향기기 소리를 들으려면 100dB 가까이 소리 크기를 키워야 한다.
80~90dB 이상 큰 소음에 노출되면 달팽이관 속 유모세포가 손상된다. 소음이 제일 먼저 안 들리게 하는 주파수는 4kHz다. 그쪽 주파수를 처리하는 세포부터 망가지기 시작해 소음에 계속 노출되면 주변 주파수를 처리하는 다른 세포까지 손상을 입게 된다.
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은 초기에 청력 손실이 발생하고 10∼15년이 지난 후에야 생활의 장애를 느끼므로 청력 손실을 오랫동안 인식하지 못하거나 치료에 관심을 가지지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소음성 난청이 생기면 귀에서 “삐~”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은 이명(耳鳴)이 생기거나, 귀가 먹먹한 증상, 어지럼증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이비인후과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이종대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소음으로 인한 난청이 발생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개인 음향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 난청 환자 수가 늘었다”고 했다.
이어폰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려면 사용 시간을 되도록 줄여야 한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서는 청력 보호를 위해 이어폰 사용 시 최대 볼륨의 60% 이하로 음량을 줄이고, 하루 60분 이내 사용을 권한다. 또 30~40분 정도 음향기기를 사용했다면 10분 정도는 쉬어야 한다. 장시간 소음이 발생하는 곳은 피하고,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이어폰 사용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노이즈 캔슬링(소음 방지)’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변에 소음이 있으면 대부분 음향기기의 음량을 평소보다 더 키우게 되므로 난청 위험도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다.
곽상현 성빈센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노이즈 캔슬링을 통해 주변 소음을 줄이면 음량을 낮출 수 있어 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해도 음량을 크게 들으면 효과가 없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