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직장인 A(33)씨는 갑자기 왼쪽 팔다리가 저리고 감각이 둔해졌다. 처음에는“며칠 지나면 나아지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통증은 1주일이나 이어졌다. 결국 병원을 방문한 A씨는 의사에게서“두개저(頭蓋底ㆍskull base)에 종양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빠른 수술을 결심한 A씨는 15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두개저종양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었다.
종양은 악성인지 양성인지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양성이면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씨와 같이 뇌종양의 경우 양성이어도 심각한 신경학적 장애를 유발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뇌종양은 두개골 내에 생기는 모든 종양을 일컫는다. 발생 부위에 따라 뇌 자체에 생기는 뇌종양과 다른 장기에서 전이된 뇌종양으로 나뉜다. 뇌종양은 인체에 발생하는 종양 가운데 세 번째로 많다(10%). 어린이에게는 20%~40%나 된다. 국내 뇌종양 환자는 2016년 4만7,000명에서 2020년 5만9,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뇌종양 중에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운 종양은 ‘두개저종양’이다. 두개저는 뇌를 받쳐주는 머리뼈의 바닥 부분을 말한다. 두개골 깊숙한 곳에 위치해 수술적으로 접근하기가 어렵다.
◇치료 까다로운 두개저종양, 내시경 수술도 가능
두개저에는 시신경과 청신경, 안면신경 같은 눈, 코, 귀와 연결된 다양한 신경이 존재한다. 뇌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는 중요한 혈관,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하수체 등 중요한 구조물이 많기 때문에 두개저에 종양이 생기면 치명적인 장애나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두개저종양 수술은 복잡하고 어려운 편에 속한다.
두개저종양의 수술 치료는 큰 절개와 뇌 견인이 필요한 기존의 개두술과 최소 침습 수술인 내시경 수술 가운데 종양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두개저종양은 다양한 혈관과 뇌신경, 뇌 줄기 등을 손상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장애가 다양하게 발생하는 만큼 8~10시간 이상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외과의사에게는 극한의 정신력과 체력을 요구하는 수술이다.
과거에는 머리를 열어서 두개저종양을 제거했지만, 최근 내시경 수술이 발달함에 따라 코나 눈을 통한 접근법도 개발되고 있으며, 기존의 현미경적 수술 또한 기구 발달로 정교함이 향상되어 더 나은 예후를 기대해볼 수 있다. 뇌종양 개두술과 두개저 수술, 이 두 가지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병원이 국내에는 많지 않은 편이다.
◇두개저종양 수술 후유증 줄이는 것이 중요
두개저종양 수술의 핵심은 종양 전 절제와 수술 후유증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다. 종양을 완벽하게 제거하면 그만큼의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고, 반면 너무 적게 제거하면 후유증은 없을 수 있으나 잔존 종양이 이른 시일 내 재발할 수 있다.
종양을 적게 제거하고 방사선 치료를 할 수도 있지만, 종양이 많이 남으면 남을수록 방사선이 잘 듣지 않거나 재발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만일 방사선 치료에 실패하면 재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대개 방사선 부작용으로 인해 그 위험성이 첫 수술에 비해 2~3배 높아질 수밖에 없다.
두개저종양은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염색체 및 유전자 결함에 의한 내부적인 요인에 따라 좌우된다. 초기 증상으로 일상적으로 겪는 두통이 가장 많아 단번에 잡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만큼 두통이나 어지럼증 중 비특이성 증상이 점차 심해지거나 한쪽 팔다리 감각 혹은 운동 능력이 둔해지거나, 말이 잘 안 나오거나 한쪽 귀가 잘 안 들리는 증상이 심해진다면 검사를 해봐야 한다.
최근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검진을 통해 뇌종양 초기 단계에 수술로 완치하는 환자도 많은 편이다. 약을 먹어도 호전되지 않거나 1차병원에서 해결이 안 되면 대학병원에서 상담과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