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수장이 20년 만에 바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르면 14일(한국시간) 회장직에 오르고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은 14일 긴급 이사회를 화상으로 열고 정 수석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취임은 지난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현대차그룹 경영을 총괄한 지 2년여 만이다. 2005년 3월 기아차 대표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나선 지는 15년여 만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 3월 정 회장이 내려놓은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을 물려받으면서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총수 역할을 해왔다.
정 수석부회장의 승진은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을 이끌어온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0년대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출범시켜 브랜드 고급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기아차 전기차 판매량을 올 상반기 기준 세계 4위권으로 성장시키고 세계 최초 수소전기트럭 양산에 성공하는 등 미래 친환경차 사업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차세대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화재, 현대차 직원 근무태만 논란 등으로 뒤숭숭한 현대차그룹의 내부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내년 전용 플랫폼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하며 전기차 시대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또 세계 최초로 수소트럭 양산체제를 갖추고 유럽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승진은 아버지인 정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이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정 수석부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와 싱가포르 서부 주롱 지역의 주롱타운홀에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온라인 기공식을 열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혁신센터 기공식 다음날 회장에 취임하는 것은 완성차 그룹을 넘어 모빌리티 혁신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능현·서종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