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입양된 30대 중반 아들과 친부모가 35년 만에 비대면 화상으로 상봉했다. 주인공은 권영진(미국명 스티브 크노어·35)과 친아버지 권모씨와 친어머니 김모씨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생후 5개월 된 아들을 1985년 미국에 입양 보낸 권씨와 김씨는 아들이 태평양을 건넌 뒤 얼마 안 돼 이혼했지만, 언젠가는 아들을 찾겠다는 마음을 간직한 채 연락을 끊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서울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사무실에서 펜실베니아주에 거주하고 있는 아들과 눈물의 화상 상봉을 했다.
컴퓨터 화면으로 아들의 얼굴이 비치자 친어머니 김 씨는 “미안하다”고 잇따라 말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아버지도 “아들아, 아들아”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의 화면속에는 미국인 부인과 아이들이 있었다.
아버지는 “태어났을 때 머리에 가마가 두 개 있던 것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고, 아들은 화면에 머리를 가깝게 대고는 두 개의 가마를 보여주면서 확인시켜줬다. 그러자 아버지는 “맞다. 아들이 맞다”고 했고, 어머니는 “네 아버지가 웃을 때 들어가는 보조개 위치도 어쩌면 그리 똑같이 닮을 수 있냐”고 말하며 아들임을 확인했다.
아들 권씨는 “과거에 어쩔 수 없었던 부모님의 상황을 지금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오늘 저를 만나기 위해 두 분이 함께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고마워했다.
이들의 화상 상봉은 입양인지원센터가 제공한 통역사의 배석아래 진행됐다. 비록 부자와 모자가 직접 대화를 하지 못했어도 혈육을 잇는 데는 ‘35년’ 세월과 한국과 미국이라는 물리적인 거리도 가로막지 못했다.
어머니 김씨는 “건강하게 성장해 가정을 이룬 아들이 대견스럽다. 남편을 먼저 저세상에 보내고 아들을 키워 준 양어머니께도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전하면서 “아들아, 사랑한다”라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아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을 찾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