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의 5,000억원대 사모펀드 사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정관계 불법 로비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의혹의 중심에 남가주 한인 금융권에도 잘 알려진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 연루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회사의 설립자로 현재 북가주 샌프란시스코에 체류하고 있는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는 지난 11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기 사건에 나는 관여할 수도 없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건의 배후에 이른바 ‘금융 모피아’(옛 재무부 영문약칭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와 옵티머스자산운용 최대주주로 알려진 양호 전 행장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옵티머스 사태는 이 회사가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펀드 자금을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하기로 해놓고 실제로는 서류를 위조, 대부업체와 부실기업 등의 사모채권에 투자했다가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된 사건으로, 옵티머스의 현 김재현 대표와 2대 주주 이모씨, 이사 윤모씨 등이 지난 7일 구속됐다.
이와 관련 옵티머스의 전신인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을 창립한 이 전 대표는 2017년 7월 옵티머스 대표에서 사임한 뒤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 후 미국으로 와 김치 판매·배달 사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옵티머스 환매 중단 사태는 ‘바지 사장’인 김재현 대표를 내세워 금융 모피아와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의 카르텔이 치밀하게 기획한 사기극”이라며 옵티머스 자문단에 있는 양호 법무법인 주원 고문(전 나라은행장)과 자금 조달을 책임진 정영제 옵티머스 대체투자 대표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이번 사건의 본질은 양호 고문 등이 투자금을 모금하면서 계약서 작성 등 법률자문을 할 때 통상적인 금액의 10∼50배의 법률자문 금액을 받아 챙기는 구조로 기획된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2월 김재현 대표와 양호 고문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뱅크 오브 뉴욕 한국지점장을 지낸 뒤 지난 2004년부터 약 1년 간 LA의 구 나라은행 행장을 역임한 양호씨는 경기고·서강대 출신으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한국 금융계 인맥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옵티머스 고문단에는 이헌재 전 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이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한양대 후배로 문재인 대통령 후보 금융정책특보를 지내고 민주당 소속으로 총선에도 출마한 경력이 있어 정치권 배후설 의혹이 일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여권 인맥을 이용해 ‘도피성 출국’을 했다는 의혹도 강하게 반박하며 ”나는 이번 사기 사건과 전혀 연루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피하거나 숨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