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주이탈리아대사관 등 17개국 23개 재외공관의 재외선거사무를 내달 6일까지 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선관위 결정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는 4·15 총선 재외국민 투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해당 국가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독일, 스페인, 아일랜드, 영국, 키르기즈, 프랑스,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네팔, 인도,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에콰도르, 온두라스, 콜롬비아다. 미국의 경우 미국령 괌의 주하갓냐대한민국출장소가 포함됐다.
이들 지역의 총 선거인 수는 총 1만8천392명이다.
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16일 천재지변 등에 준한 사회적 재난에 해당하는 감염병을 이유로 중국 주우한총영사관의 재외선거사무 중지를 결정한 이후 두 번째다.
공직선거법 제218조의29에 따르면 선관위는 천재지변 또는 전쟁·폭동,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해당 공관 관할구역에서 재외선거를 실시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때 설치·운영 중인 재외선거관리위원회 및 재외투표관리관의 재외선거사무를 중지할 것을 결정할 수 있다.
앞서 외교부는 각 재외공관으로부터 재외국민 선거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20여개국 상황을 취합해 선관위에 보고했고, 권순일 선관위원장은 이 가운데 17개국 23개 공관에 대한 재외선거 사무중지 결정을 결재했다.
선관위는 "대상국에서 전 국민 자가 격리와 전면 통행 금지, 외출 제한 등 조치가 시행되고 있고 위반 시 처벌되어 투표에 참여하는 재외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인 점, 공관 폐쇄와 투표관리 인력의 재택근무로 재외투표소 운영이 어려운 점, 재외선거 실시에 대한 주재국 정부의 입장과 공관장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검토한 끝에 재외선거사무 중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47개국의 52개 공관에 대해선 재외투표기간을 기존 4∼6일에서 1∼4일로 단축 운영하기로 했다.
미국(호놀룰루총영사관재외투표소, 휴스턴총영사관재외투표소, 댈러스출장소재외투표소), 타이베이, 몽골, 스리랑카,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필리핀, 과테말라,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라트비아, 러시아, 벨기에, 벨라루스,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우즈베키스탄, 조지아, 카자흐스탄, 크로아티아, 타지키스탄, 터키, 포르투갈, 폴란드,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알제리, 이란, 튀니지, 가봉, 르완다, 마다가스카르, 모잠비크, 세네갈, 수단, 앙골라, 에티오피아, 우간다, 카메룬, 케냐, 콩고민주공화국이 이에 해당한다.
선관위는 또 애초 추가 설치하기로 한 30개의 투표소 가운데 미국 3개(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산호세재외투표소, 시애틀총영사관포틀랜드재외투표소, 휴스턴총영사관어스틴재외투표소)를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호주, 우간다 등 10개 투표소는 추가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선관위는 "향후 미국 동부 지역 등 코로나19가 가파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의 주재국 제재조치 상황 등을 파악해, 재외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외교부와 협의해 추가로 재외선거 사무 중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재외투표소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투표소 내 선거인 1m 이상 간격 유지, 소독용품 비치 등 코로나19 감염 예방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재외투표의 안전한 국내 회송을 위해 외교부·재외공관·항공업체 등과 긴밀히 협조해 여객기, 화물기 또는 육로 이동 등 가능한 모든 회송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최종적으로 회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선거법에 따라 공관에서 직접 개표하게 하되, 선거에 차질이 없도록 늦어도 내달 11일까지 공관개표 대상을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국외 부재자신고인 명부와 재외선거인 명부에 올라있는 사람이 국외로 출국하지 않거나 재외투표 기간 개시일(4월 1일) 이전에 귀국한 사람은 내달 1∼15일 귀국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해 관할 구·시·군선관위에 귀국투표 신고를 하면 선거일에 투표할 수 있다.
선관위는 "귀국투표 신고기간과 방법 등을 적극적으로 안내해 참정권 행사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