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법·마약법 위반사실 드러났다”
긴급체포 안당하려면 송금해라 협박
총영사관, 한국경찰청에 수사의뢰 계획
최근 뉴욕 일원에 한국 검찰과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70대 한인여성이 무려 8만4,000달러를 갈취당하는 사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뉴욕총영사관에 따르면 70대 중반의 한인여성 박모(뉴저지 포트리 거주)씨는 지난 10월 한국 검사를 사칭한 김모씨로부터 “마약거래와 연계된 대포 통장 발급과 신용카드 개설 등 금융법과 마약법 위반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당장 한국 검찰에 공탁금을 내지 않으면 미 사법기관과의 공조수사를 통해 긴급 체포를 하겠다”는 전화 협박을 수차례 받았다.
김씨로부터 전화와 카카오톡을 통해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리던 박씨는 “돈을 보내진 않았다간 범죄자로 몰려 정말로 체포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총 7차례에 걸쳐 모두 8만4,000달러에 달하는 거금을 사기범이 보내라는 홍콩의 중국계 은행 계좌에 송금했다.
하지만 자신을 검사라고 말하던 김씨는 송금 이후 연락이 끊겼고, 박씨는 얼마 전 지인과 얘기를 나누던 중 자신이 보이스피싱 사기피해를 당했음을 깨달았고 이날 뉴욕총영사관에 신고했다.
박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사기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사기범들이 공문서까지 위조해 위협적으로 돈을 송금하지 않으면 즉시 경찰에 체포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범들이 심지어 가족들에게 알릴 경우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아들과 가족한테도 얘기를 하지 못했다”면서 허탈해 했다.
이와 관련 뉴욕총영사관은 한국 검찰 및 경찰 사칭 보이스 피싱 관련 박씨가 첫 번째 피해 신고 사례라고 밝히고,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한미 사법당국과 공조수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뉴욕총영사관 권혁준 외사관은 “조만간 피해자를 직접 만나 조사할 예정”이라며 “사기범들의 전화번호와 카카오톡 아이디 등 확보된 정보를 한국경찰청에 전달하고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 일원에는 지난 6월부터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검찰과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 피싱<본보 6월4일자 A3면>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 사기범들은 한국 경찰이나 검사 사칭을 넘어 한국 금융기관들의 공문서까지 위조해 현혹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사기 수법이 날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 총영사관측은 “한국의 수사기관에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며 “만약 범죄와 관련해 연락할 일이 있으면 재외공관이나 인터폴 등 공식기관을 통해 사실관계를 알려주고 관련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홍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