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비블로스’ 에서 파생
소책자 의미로 복수형 ‘비블리아’
노르만 프랑스어 거쳐 ‘바이블’로
성경의 영어 단어는 ‘바이블’(Bible)이다. 성경은 한자로 풀이하면 성스러운 경전이다. 성서로 쓰이면 성스러운 서적이란 뜻이 있다. 그렇다면 영어 단어 바이블의 기원은 무엇일까?
바이블은 ‘파피루스’(Papyrus)를 뜻하는 그리스 단어로부터 간접적으로 파생되었다. 파피루스는 글을 적기 위해 두루마리로 말아 쓰는 양피지를 만드는 데 사용된 식물이다. 이집트인들은 수천 년간 파피루스에 글을 적었는데 영어 단어 ‘페이퍼’(Paper)의 어원이 파피루스이며 그리스어로는 ‘비블로스’(Byblos)로 불린다.
기원전 12세기 페니키아 상인들은 파피루스 갈대를 이집트에서 수입해 종이와 두루마리로 거래했다. 당시 파피루스 무역이 이뤄진 지중해 항구가 성경에도 여러 차례 언급된 레바논의 ‘게발’(Gebal)이고 현대 아랍어로는 ‘Jubayl’로 불린다. 하지만 그리스인들은 파피루스 무역이 성행했다고 해서 이 항구를 비블로스로 부르기 시작했다. 비블로스는 이후에 파피루스로 만든 두루마리, 그리고 책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됐다.
비블로스 항구에서 유래한 단어 ‘비블리온’(Biblion)은 작은 제본된 책자 또는 소책자를 의미하는 데 사용됐고 복수형인 ‘비블리아’(Biblia)는 책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이 단어들이 히브리어 70인 역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하는 데 사용됐는데 다니엘 9장 2절 ‘다니엘이 책을 묵상하는 모습’이라는 구절에서도 사용된다.
성경에서 다니엘은 예언서를 ‘책들’이라고 자주 불렀다. 마카베오서의 초기 유대 역사서 저자도 히브리 성경을 거룩한 ‘책들’이라고 칭해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는 마태복음, 마가복음을 통해 성경을 언급했고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양피지를 의미하는 책을 가져오라고 요청했는데 사도 바울이 지칭한 책은 비블리아로 번역된다.
그리스 제국을 멸망시킨 로마 제국은 일부 그리스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중 ‘타 비블리아 타 하기아’(ta biblia ta hagia)는 성스러운 책, 즉 성경을 의미하는 라틴어 ‘Biblia Sacra’로 변형됐다. 이후 단어 Biblia는 노르만 프랑스어를 통해 영어로 유입돼 현재 단어인 ‘바이블’(Bible)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고대 그리스어로부터 바이블이란 단어가 전해져 온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복수 형태를 의미하는 단어였지만 현재 단수어로 자리 잡았다. 성경은 한 권의 책을 인쇄되지만, 여러 소책자의 집합이기 때문에 복수어에서 단수어로 변형된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가 많다.
바이블이란 단어는 기독교 종파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리스 정교회의 구약 성경은 가톨릭 및 개신교 성경보다 더 많은 책을 포함한다. 유대인이 말하는 성경에는 신약 성경이 포함되지 않는다. 또 성경의 순서도 종파에 따라 다르다. 그리스 정교회 성경에는 일반 서신이 바울 서신보다 먼저 나오지만, 가톨릭 성경에서는 바울 서신이 앞선다. 유대교 성경의 경우 개신교 구약 성경과 내용은 동일하지만, 배치 순서가 다르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