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이렇게 더운 날씨는 태어나서 몇 번째 아닌 것 같아요.”
6월부터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머리가 핑 도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저혈압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증가한다. 저혈압 가운데 몸을 일으킬 때 순간적인 현기증과 어지러움이 나타나는 것을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한다. 주원인은 이뇨제ㆍ혈관확장제 등 약물 복용, 당뇨병·류머티즘 질환 등이다. 증상이 심하면 실신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저혈압은 수축기(최고) 혈압이 90㎜Hg, 이완기(최저) 혈압이 60㎜Hg 이하로 떨어질 때를 말한다. 저혈압은 사계절 가운데 여름에 병원을 가장 많이 찾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저혈압 환자는 여름철(6~8월)이 겨울철(12~2월)보다 2배가량 많이 발생한다. 여름철에 저혈압 환자가 많아지는 것은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날이 더워지면 혈관이 열을 최대한 방출하기 위해 표면적을 넓히고, 땀을 흘리면서 혈액 속 수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땀샘을 통해 배출된다”고 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은 13만2,097건의 저혈압 환자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기온이 1도 오르면 저혈압 환자가 1.1% 정도 증가했다. 저혈압 환자가 병원을 찾은 날을 기준으로 1주일 동안 평균 온도 변화를 살피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다.
특히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수축기(최고) 혈압이 20㎜Hg 이상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은 어지럽고, 심하면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건강한 사람도 갑자기 일어나면 혈압이 떨어질 수 있지만 자율신경계가 적절히 반응하기에 금방 회복된다. 그러나 기립성 저혈압 환자는 자율신경계에 장애가 있어 갑자기 떨어진 혈압으로 심한 어지럼증을 겪고, 때로는 의식을 잃어 2차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저혈압은 대개 키가 작고 마른 사람, 특히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간혹 자율신경계 이상이 있는 중년 비만 여성에게도 많이 발견된다.
특히 60대 이상 만성 고혈압 환자는 약 복용으로 인해 심장 기능이 떨어져 기립성 저혈압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몇 가지 생활 수칙을 실천하면서 예방 가능하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킬 때나 앉았다가 일어설 때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일어나는 것이 좋다. 머리를 15~20도 이상 올린 상태로 잠을 잔다. 이런 자세는 이른 아침에 저혈압 증세가 잘 나타나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