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몸 만드는 ‘체지방량’가이드
의학 관련 TV프로그램에서는 지방이 얼마나 해로운지 강조하기 바쁘다. 길거리의 헬스장 광고 현수막에는 체중 감량 전후 사진을 홍보하고 있으며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멋지고 예쁘게 몸매를 가꾼 셀럽들이 자신들의 성과들을 자랑하기 바쁘다.
2000년대 초중반 무렵 시작된 웰빙부터 요즘의 보디프로필 열풍에 이르기까지 다이어트에 대한 욕구와 열망은 사그라들 줄을 모르고 있다. 그 때문일까. 지방이라면 조금도 남기지 않고 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잘못된 인식이다.
체지방은 신체가 가지고 있는 지방을 말한다. 우리 몸의 구성 성분이라는 측면에서 지방은 아주 높은 위상을 지닌다. 우선 물, 단백질과 함께 신체의 3대 구성요소에 포함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신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때 지방은 보온, 보습, 외부 충격으로부터의 보호 같은 물리적 역할부터, 호르몬 분비 같은 화학적 역할까지 두루두루 수행하는 ‘약방의 감초’다.
지방은 3대 주요 에너지 급원(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기도 하다. 1g당 4㎉인 탄수화물이나 단백질과는 달리 지방은 1g당 9㎉의 열량을 가지는 아주 우수한 에너지 급원이다. 즉, 인간은 지방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오늘은 ‘적당한 체지방량’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한다. 어렵지 않으므로 잘 읽고 이해할 수 있다면 겨울이라 시들해진 운동 욕구에 불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처음 헬스장에 등록해서 상담을 받으면 우선 체성분 측정을 받고 이를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제시받는다.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은 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려서 체지방률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트레이너들은 실질적으로는 체지방량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체지방률을 내려야 예쁜 몸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근육량을 늘리기보다 지방을 빼서 체지방량을 낮추려고 한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은 모두가 알다시피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다. 이는 트레이너들이 체지방과 인체생리학에 대한 설명을 등한시한 탓이다.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는 체지방의 성질을 알아야 한다. 지방이 너무 많을 때는 별다른 운동이나 식단을 하지 않아도 몸이 지방을 빼내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지방이 빠지고 난 후 오히려 너무 적어지면 쌓으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인체의 ‘절전모드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절전모드를 무시하고 계속된 저칼로리 식단을 유지하여 지방을 빼내면 어떻게 될까? 답은 ‘끝까지 빠지지 않는다’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체지방은 인체의 필수 구성요소다. 따라서 일정량 이상의 체지방은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남성은 2, 3kg, 여성은 6, 7kg을 마지노선으로 본다. 그 이하로 내려가면 절전모드, 피부의 푸석함, 생리불순 등을 넘어서 말 그대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체중 55㎏인 여성 A와 체중 45㎏인 여성 B가 있다고 가정하자. 둘 다 키는 160㎝이며 체지방량은 15㎏이다. 텍스트로만 본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B가 훨씬 날씬한 몸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다. B의 체지방률은 약 33.3%로 체성분 분석기상 과체중, 혹은 마른 비만이다. 이와 대비되는 A의 체지방률은 약 27%로 키에 비해 체중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날씬하며 손으로 잡히는 군살이 거의 없는 몸매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바로 근육량의 차이다. 두 여성의 체중차는 무려 10㎏이다. 체지방량이 같으므로 A가 B보다 추가적으로 더 가진 체중 10㎏은 전부 근육량이다. 근육량의 차이가 예쁜 몸을 만드는 것이다.
만약 B가 A 같은 체지방률을 위해 감량을 하려고 한다면 근손실까지 감안하여 5, 6㎏ 정도를 감량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몸무게에 도달하기란 매우 고통스러우며 장기간 유지할 수도 없다. 식단을 잠시만 내려놓아도 요요에 의해 본래의 체중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 뻔하다.
건강을 망치면서까지 체중을 감량한 사람들의 최후가 어떤 것인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유지할 수 없는 몸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만큼 어렵고 힘 빠지는 일은 없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돌아가는 길 대신 지름길을 통해 목적지까지 신나게 뛰어가기를 바란다. 원래 지름길이라는 것은 대개 정비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분명히 돌부리도 있고 괜한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를 이겨내고 꿋꿋히 나아간다면 분명히 남들보다 몇 배는 빨리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욱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