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달러 군사원조 계획
007작전 방불 극비 행보
폴란드 방문 연막 보안
에어포스원 대신 열차 이용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러시아의 침공 1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미국의 지지 입장을 확인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5억달러 규모의 새 군사 원조 계획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포탄과 대기갑 시스템, 방공 레이더 등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장비들이 포함됐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전쟁 국가 방문이라는 행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지원을 재확인하고, 우크라이나가 침공에 맞서는 것을 격려하는 동시에 ‘침략자’ 러시아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방문 자체는 5시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 방문을 앞두고 007 작전을 방불케한 극비의 보안·군사작전이 공개되면서 더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방문은 말 그대로 깜짝 방문이었다.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전날까지도 폴란드 방문에 나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일정 도중 키이우를 찾을 가능성을 부인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일행이 탄 에어포스원은 이목을 피하기 위해 미 동부 시간 19일 오전 4시 15분께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이륙했으며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 소수의 수행원만 동행했다. 하지만 출발 직전까지도 백악관 대변인실은 바이든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당초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폴란드를 찾아 우크라이나 지원을 천명하는 연설을 할 것이라고 사전에 발표했지만, 이 역시 연막작전이었다.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한 이야기는 일체 없었다.
출발 전날인 18일 밤 바이든 대통령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정상적으로 워싱턴 DC 지역에서 외식을 하는 등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리고 나서 20일 오전 키이우에 모습을 드러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폴란드 국경에서 우크라이나까지는 기차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공군 1호기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착륙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미군은 바이든 대통령이 키이우를 방문하는 동안 E-3 센트리 조기경보기와 RC-135W 리벳조인트 정찰기를 폴란드 영공에 띄워 주변 상공을 감시하고 다수의 전투기들이 비상출격을 위해 대기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열차로 키이우에 도착해 통제된 도로를 따라 차량으로 이동했으며 8시 30분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 궁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의 영접을 받았다. 두 정상은 마린스키궁에서 회담을 한 뒤 오전 10시 50분께 취재진 앞에 나란히 섰다. 이후 두 정상은 오전 11시 20분께 경호 인력이 통제하는 길을 따라 키이우 중심부에 있는 성 미카엘 대성당까지 함께 걸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