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물리학자인 영국의 로저 펜로즈(89·옥스퍼드대), 독일 라인하르트 겐첼(68·UC버클리), 미국 앤드리아 게즈(55·UCLA) 등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블랙홀 연구에 이바지한 공로로 이들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펜로즈에 대해 일반상대성이론이 블랙홀 형성을 이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수학적 계산을 통해 블랙홀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펜로즈는 스티븐 호킹(2018년 사망)과 함께 '펜로즈-호킹 특이점 정리'(Penrose-Hawking singularity theorems)를 발표한 것으로 유명한 수학자이자 천체물리학자다.
또 수학자였던 아버지와 함께 고안한 '펜로즈의 계단'(2차원 평면에 구현된 3차원의 계단으로 실현 불가능함)으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과학자이기도 하다.
노벨위원회는 아인슈타인조차 블랙홀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면서 펜로즈는 아인슈타인이 타계하고 10년 뒤인 1965년 블랙홀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으며, 이는 아인슈타인 이후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가장 중요한 기여로 인식된다고 평가했다.
겐첼과 게즈는 보이지 않고 극도로 무거운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compact object. 백색왜성, 블랙홀, 중성자별)이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는 별들의 궤도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노벨위원회는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겐첼과 게즈가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궁수자리(Sagittarius) A*'라는 곳에 천착했고 이를 통해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가까운 별들의 궤도가 정밀하게 배치됐으며, 별들을 잡아당기는 보이지 않는 극도로 무거운 '초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겐첼과 겐즈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 은하의 먼지 덮인 중심부를 주목했고 그것은 블랙홀이었다면서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인 블랙홀이 아니라 태양의 질량보다 400만배 규모의 초대질량 블랙홀"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이 같은 연구로 현재의 과학자들이 모든 은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수상자들의 발견은 초질량 고밀도 천체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이 신비한 천체들은 여전히 많은 질문을 갖게 하며 미래 연구에 동기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게즈는 "다른 젊은 여성들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한다. 많은 즐거움이 있는 분야다. 여러분이 과학에 열정적이라면 이룰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겐즈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4번째 여성학자가 됐다.
마리 퀴리가 라듐 발견으로 여성으로 최초로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데 이어 마리아 메이어(1963), 도나 스트리클런드(2018) 등이 뒤를 이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900만크로나(약 10억9천만원)가 주어진다.
상금의 절반은 펜로즈에게, 나머지 절반은 겐첼과 게즈에게 돌아간다.
노벨상 시상식은 그동안 매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대체된다.
전날 생리의학상으로 시작된 올해 노벨상 발표는 이날 물리학상에 이어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지난해에도 캐나다계 미국인 제임스 피블스, 스위스의 미셸 마요르, 디디에 쿠엘로 등 3명의 천체 물리학자가 우주 진화의 비밀과 우주 내 지구의 위상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