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91)의 남편 필립공(96·정식명칭 에든버러 공작)이 2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한 행사 참석을 마지막으로 왕실 공무에서 은퇴했다.
필립공은 이날 버킹엄궁에서 해병총사령관으로서 해병 퍼레이드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65년에 걸친 왕실 공무 단독 수행을 마쳤다.
그는 1953년 그 전해 사망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부친 조지 6세 왕에 이어 해병총사령관 자리를 이어받았다.
필립공은 1952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한 이래 2만2,219회 단독으로 왕실 공무를 수행했다. 여왕과 함께한 공무는 훨씬 더 많다. 필립공은 지난 65년 동안 637차례 해외를 방문했고, 5,500번의 연설을 했으며,780여개 단체의 대표 혹은 회원, 후원자를 역임했다.
필립공은 거의 70년간 엘리자베스 여왕의 곁을 지켰으며,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왕실 업무를 수행한 통치자의 배우자다.
그리스 왕가 출신의 필립공과 여왕의 결혼생활은 오는 11월이면 70주년을 맞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여왕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보여준 데 감사를 표했고, 제1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지난 60년간 “공적 의무를 분명히 인식했다”고 말했다.
앞서 버킹엄 궁은 지난 5월 “필립공이 올가을부터 공식 일정을 더 수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의 은퇴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엘리자베스 여왕은 계속해서 왕실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며, 필립공도 여왕과 함께 일부 행사에 참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버킹엄궁 대변인은 필립공이 “매우 건강한 상태”라며 “그가 삶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단지 풀타임 공무에서 물러나는 것”이라며 건강 악화에 따른 공무 은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필립공은 지난 6월 병원에 입원해 감염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나이에 비해 여전히 건강한 편이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은 최근 몇 년 사이 왕실 업무 부담을 조금씩 줄이며,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해리 왕자 등이 왕실에서 더 많은 역할을 맡도록 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오른쪽)이 2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해병총사령관 자격으로 해병대 군인들을 사열하고 있다. 96세인 필립공은 2일을 끝으로 단독으로 수행하는 왕실 업무에서 은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