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완화에 나서면서 일부 국가의 장기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초저금리 환경이 조성되자 저비용으로 장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회사채 발행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3일 하루에만 디즈니사와 캐터필러 등의 회사채 발행이 280억달러에 달했다. 4일에는 현금자산 2,000억달러를 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애플이 사채발행으로 70억달러를 조달했다. 코카콜라도 회사채를 발행했다.
전 세계 회사채 발행액은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작년 10-12월 주춤했지만 이후 급속히 늘어 올해 1~8월에는 1조6,000억달러에 달했다. 일본 내 사채발행액도 6일까지 이미 9조8,000억엔에 달해 작년의 연간 발행액(10조엔)에 육박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사채발행이 활발하게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전했다.
투자가들의 수요도 강하다. 도다카 요스케 미즈호증권 프로덕트본부 부본부장은 “당분간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가들이 마이너스 금리인 국채투자를 기피하고 플러스 금리를 얻을 수 있는 회사채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소프트뱅크, 일본제철 등 적어도 11개사가 6일 하루에만 1조2,000억엔 상당의 채권을 발행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하루 채권발행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금융정보 서비스인 닛케이 퀵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도입으로 장기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2016년 7월15일의 1조150억엔이었다.
회사채 발행이 러시를 이루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저금리다. 미국의 금리인하 등 세계적인 금융완화 기대로 일본의 장기금리는 한때 마이너스 0.3%까지 떨어졌다. 회사채 발행금리는 국내 금리를 참고해 결정된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기회라고 판단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도 이달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7년 만기 사채를 발행해 5,000억엔을 조달한다. 발행금리는 1.38%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도 인수합병에 필요한 자금 마련 차원에서 3,000억엔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한다. 외국 기업이어서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도 이날 첫 엔화표시 채권을 발행해 4,300억엔을 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