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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K아트, 한국미술 전성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1-15 17:54:34

정숙희의 시선, LA미주본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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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트와 구겐하임, 필라델피아, 샌디에고, 덴버… 지금 미국의 주요 뮤지엄들에서 한국미술 붐이 일고 있다. 올 후반기에 잇달아 개막하는 ‘코리안 아트’ 특별전만 5개, 모두 한국과 미국이 공조하여 기획한 대형전이고, 조선시대부터 근현대, 실험미술까지 시기와 장르와 미디엄을 망라하고 있어 화단의 관심이 지대하다.

지난 9월1일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은 한국의 1960-70년대 실험미술을 소개하는 ‘오직 젊음’(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을 개막했다. 이 쇼는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먼저 전시된 후에 뉴욕으로 왔으며 내년 2~5월에는 남가주의 UCLA 해머뮤지엄으로 옮겨온다. 

29명 작가의 작품 100여점이 포함된 ‘오직 젊음’ 전시에는 한국인들조차 그 존재를 잘 몰랐던 실험미술, 지금 보아도 파격적인 작품과 퍼포먼스들이 구겐하임 3개 층을 가득 채우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례적으로 이 전시를 자세히 리뷰하면서 식민시대에 태어나 독재군부와 민권탄압의 시기에 성장한 예술가들이 사진, 비디오, 행위예술을 통해 분출해낸 창조력에 주목하고, 특히 김구림, 이건용, 성능경, 이승택, 이강소에 대해서는 따로 작품세계를 소개하며 경의를 표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10월21일 ‘시간의 형태: 1989년 이후 한국미술’(The Shape of Time: Korean Art after 1989) 특별전을 시작했다. 내년 2월11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2009년 라크마(LACMA)와 휴스턴미술관이 개최한 ‘당신의 밝은 미래’(Your Bright Future) 이후 최대 규모의 한국 컨템포러리 전시로, 한국작가 및 한국계 미국작가 28명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서도호, 마이클 주, 박찬경(박찬욱 감독 동생), 강서경, 김주리, 신미경, 유니 킴 랑, 장지아, 함경아 등이 참여작가들이다.

바로 지난달 말에는 샌디에고 미술관에서 한국채색화전 ‘생의 찬미’(Korea in Color: A Legacy of Auspicious Images)가 개막됐다.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이 국립현대미술관, 해외문화홍보원과 협업해 마련한 전시로,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렸던 채색화 특별전을 남가주로 유치한 것이다. 이 전시는 오랜 세월 한국인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민화와 궁중장식화, 창작민화와 종교화, 기록화 등이 전통과 현대작품을 아우르며 총 34명의 50여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11월7일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한국실 설치 25주년을 기념해 ‘계보: 메트의 한국미술’(Lineages: Korean Art at The Met) 특별전을 오픈했다. 153년 역사의 메트가 한국을 주제로 기획한 7번째 전시로, 소장품과 한국에서 대여한 작품들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12~13세기 도자기부터 21세기 현대미술까지 수준 높은 고미술품과 현대 작품을 섞어 배치했다. 한국화와 서양화, 수묵화와 단색화 등 여러 세대에 걸친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 ‘계보’는 3~4개월마다 전시물이 로테이션 되면서 내년 10월까지 계속된다.

한편 덴버미술관은 오는 12월3일부터 2년간 ‘완벽하게 불완전한: 한국 분청사기전’(Perfectly Imperfect: Korean Buncheong Ceramics)을 연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으로 15세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분청사기작품 70여점을 보여주는 전시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사이에 만들어졌던 분청사기는 한국에만 있는 고유 양식의 도자기로, 거칠고 서민적이지만 자유롭고 현대적인 미감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특히 현대미술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렇게 대단한 전시들이 갑자기 동시에 미 전국에서 열리고 있으니 어리둥절하다고 해야 할까? 과거 미국 뮤지엄 내 작은 전시실 하나 갖기도 힘들었고 언제나 중국과 일본미술 뒷전이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상전벽해라 해도 좋을 만큼 K아트의 위상이 달라졌다. 2009년 라크마가 미국 최초로 한국현대미술전 ‘당신의 밝은 미래’를 열었을 때, 너무나 흥분해서 수없이 기사를 썼던 그 시절에만 해도 불과 14년 후 이런 큰 변화가 찾아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아트의 수준이다. 오천년 한국미술의 우수성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은 건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국력과 시간의 문제였을 뿐이다. K팝, K무비, K드라마, K푸드 등 한류의 폭발적인 인기가 한몫했고, 여기에 현대 삼성 LG 등 한국 대기업의 후원이 늘었으며, 각급 박물관과 국제교류재단 등 정부 문화기관들의 적극적인 인프라 제공이 주효했다고 본다. 

그러나 가장 놀랍게 성장한 자산은 미국내 차세대 한인 큐레이터들이다. 위의 특별전들을 기획한 사람들이 모두 한국계 큐레이터이며 전원 여성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구겐하임 뮤지엄의 안휘경 아시아미술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 필라델피아미술관의 우현수 부관장, 메트 뮤지엄의 현수아 한국미술 큐레이터, 덴버미술관의 김현정 아시아관 책임큐레이터가 그들로, 다들 오랜 시간 공들이고 분투하여 이처럼 훌륭한 전시들을 일궈냈다.

이들 외에도 최근 미국 화단에는 한인 2세 인재들이 곳곳의 요직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난해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전을 기획한 버지니아 문 라크마 한국미술 큐레이터, 모카(MOCA) 현대미술관의 클라라 김 수석큐레이터,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주은지 큐레이터, 하버드미술관의 이소영 수석큐레이터, 그리고 2021년 세인트루이스 미술관 142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관장으로 선임된 김민정 관장이 있다. 앞으로 미국에서 더 많은 더 좋은 K아트 전시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정숙희 LA미주본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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