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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가시지 않은 극우 포퓰리즘의 위협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7-24 13:27:51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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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요즘 많은 사람들이 극우 포퓰리즘을 한물 간 정치적 유행으로 간주한다.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2016년 실시된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같은 해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승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때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포퓰리즘은 전성기를 넘어선 듯 보인다. 트럼프는 2020년 선거에서 패한 후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브렉시트 또한 참담한 실패작으로 드러났다. 현재 대다수의 영국인은 그들이 내린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을 후회한다. 이처럼 일부 포퓰리스트 영웅들과 그들이 내건 이념이 난타를 당하긴 했지만 포퓰리즘의 핵심적인 매력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고,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실제로 인기를 만회했다.     

먼저 스페인이 경우부터 살펴보자. (독일과 마찬가지로) 한때 우익 독재에 시달렸던 스페인은 우익 포퓰리즘에 강한 면역성을 보이는 국가들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10년 전에 출범한 스페인의 보수정당 복스(Vox)는 극우성향으로 말미암아 기성 정치권에서 발을 붙이기 힘들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복스는 스페인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의석을 지닌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득표율을 두 배로 늘린 복스는 이번 총선에서도 원내 의석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의 극우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역시 한때 유권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지만 동부지역 지방선거에서 두 차례 연승을 거두며 기염을 토했다. AfD는 전국차원의 지지도 조사에서 독일의 집권당이자 최대 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과 거의 동률을 기록 중이다. 파시즘의 본산지인 이탈리아에서는 극우정당인 ‘이탈리아 형제당’의 조르자 멜로니가 지난해 10월 총리에 취임했다. 집권에 성공한 후 멜로니는 중도우파 쪽으로 중심축을 이동했으나 해체된 파시스트 정당이자 한때 자신이 속했던 ‘이탈리아 사회운동’을 한껏 미화하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도 극우정당이 급부상하며 정치력을 키워가고 있고, 네덜란드 정계는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난립한 상태이다. 이들이 급부상하면서 만들어낸 갈등은 결국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였던 마르크 뤼터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그런가하면 프랑스의 각종 여론조사는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마린 르 펜 국민연합 대표의 승리를 점치게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지금 유럽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따른 러시아 제재로 유럽은 심한 타격을 입었다. 그동안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에 중독됐던 유럽대륙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대안을 받아들여야했다. 러시아와의 교역 역시 완전히 무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부 유럽 기업들은 값싼 에너지와 신설된 정부 보조금, 더 나은 규제환경 등을 고려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가 아니다. 스페인의 경제는 건강하다. 지난해 5.5%의 성장을 기록했고, 물가상승률은 유로존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위치한다. 그러나 성장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인다. 스페인의 오하이오로 통하는 아라곤에서는 탈산업화, 혹은 산업공동화로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 명의 주민이 심각한 박탈감에 시달린다. 유럽 곳곳에 산재한 아라곤과 같은 지역은 해당 국가와 유럽연합 엘리트에 대한 회의와 실망감을 키운다. 또한 유럽인들은 그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주지 않는 우크라이나전의 전비를 지원하는데 불만을 갖고 있고, 현지의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같은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그러나 극우 포퓰리즘이 떠오른 핵심 이유를 딱 한 가지만 제시해야 한다면 필자는 주저없이 이민을 꼽을 것이다. 지구촌 어디로 눈길을 돌리든, 통제되지 않는 이민이 현지인들의 두려움을 유발하고, ‘세계화 반대론자’들에게 정치적인 힘을 실어주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코비드-19는 남반구의 개발도상국가들을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오랫동안 현지 주민들을 괴롭혀온 빈곤과 폭력을 악화시켰다. 지구의 한쪽 편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다른 한편에서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야만스런 정치적 탄압이 이민 쓰나미를 불러일으켰다. 기후변화도 적도 인근 국가의 작물재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주민들의 국외 탈출을 촉진시켰다. 전 세계에서 목격되는 역사적인 인구이동 현상은 이런 요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다.      

지구촌의 지도자들은 이민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멕시코 국경에서 발생하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고, 그 결과 미국으로 이동하는 인구 흐름은 근래 몇 달 사이에 현저히 둔화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외 이주 러시를 초래하는 근본원인을 해소하기 위해 서반구에 속한 해당국 정부들과의 협력을 모색 중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불법 망명 신청자들을 르완다나 기타 지역으로 이동시켜 심사를 받게 하는 새로운 망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스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해 향후 수년에 걸쳐 그리스와 터키 사이의 장벽을 100킬로미터 가량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필자가 우려하는 바는 이민 증가로 긴장이 고조되면 우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소란스러워진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이민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이 2016 대선에서 그의 손에 백악관 티켓을 쥐어준 결정적 요인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 선거를 앞둔 어느 시점에서인기 선동가들이 목소리를 높여 더 많은 유권자들을 겁먹게 만든다면 증도파는 견뎌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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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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