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이사야 (Isaiah) 55:11
[서론] 가을의 들녘
가을의 끝자락인 10월, 서리가 내리는 가을밤, 마당의 잔디밭과 차가워진 달빛 사이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윤동주 시인의 동시 〈귀뚜라미와 나와〉를 떠올립니다.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뜰귀뜰 귀뜰귀뜰 아무에게도 알으켜 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뜰귀뜰 귀뜰귀뜰 귀뚜라미와 나와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시인은 미물에 불과한 귀뚜라미와 눈을 맞추고, 아무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며 위로를 얻습니다. 고국 부모님 댁 아랫목에서 함께 나눈 나직한 대화, 그리고 말을 아낀 채 마주한 눈빛 역시 세상은 알지 못하는 ‘우리 둘만의 거룩한 비밀’과도 같았습니다. 오직 효(孝)의 마음으로 지켜낸 그 시간 속에 창조주께서 새겨두신 은밀하고 고요한 평안이 흘렀기 때문입니다.
[본론] 이사야가 주는 가을의 메시지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섭리와 뜻을 거창한 풍랑이나 강한 바람 속이 아닌, 때로 이처럼 작은 귀뚜라미의 울음이나 부모님의 여린 손길 같은 정적 속에서 들려주십니다.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이와 같이 무익하게 내게로 돌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기뻐하는 뜻을 이루며 내가 보낸 일에 형통함이니라” (이사야 55:11)
가을이 지나면 땅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세상의 모든 화려함은 시들어가지만, 고국의 가을밤 부모님과의 소박한 보금자리 위로 떨어졌던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은 결코 허투루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품에서 나눈 교감과 기도, 그리고 부모님을 향한 자식의 순전한 마음은 창조주의 신실하신 약속이 되어 내 삶의 자리에 여전히 열매로 남을 것입니다.
[결론] 고국의 가을과 다시 일상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가슴속에는 여전히 고국의 달 밝은 밤과 귀뚜라미 소리가 울립니다. 그 맑고 거룩한 울림을 안고, 오늘 나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를 조용히 온기로 채워갑니다.
[결단의 기도]
가을의 들녘에서 만난 하나님,
한낱 미물에 불과한 귀뚜라미를 통해서도 하나님의 창조의 섭리를 나타내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를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부모님, 그리고 고국의 땅을 다시금 떠올리며 이 땅에서의 모든 순간이 찰나와 같음을 돌아봅니다.
만남도, 계절도 한순간이기에 시인의 고백처럼 오직 둘만이 아는 1:1의 대화처럼,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우리 역시 창조주 하나님과의 참된 1:1 독대의 은혜를 더욱 가치 있게 다듬어가게 하옵소서.
찰나의 순간조차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은혜를 허락하시는 고마우신 만유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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