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자(시인 수필가)
도마질에 심하게 열중한 것도 아닌데 손가락에 아주 가볍게 칼날이 스치고 지나갔다. 얼른 지혈을 하고 반창고를 바르고 고무장갑을 끼고 나머지 조리과정까지 끝냈다. 오른 손잡이 인데 왼쪽 중지 부상이라 천만다행이다. 정작 왼 손 도움 없이 오른손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는 많겠지만 양손을 모두 쓸 때보다 많은 인내심과 요령이 필요했다. 식사 준비를 위해 야채 다듬기 씻기 썰기 등, 왼손 도움 없이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편이다. 대부분의 양념재료는 뚜껑이 덮여 있는데 한 손으로 뚜껑 열기 란 거의 불가능이다.
스마트 폰 사용은 물론 컴퓨터 자판을 터치하는 일에서도 한글 쌍 자음과 받침 누르기에 독수리 타법이 동원되고 있다. 성경 필사에도 팬을 잡은 손은 오른 손인데 왼손이 지지대 역할을 해 주지 않으면 글씨가 삐뚤삐뚤 해지고 만다. 책 읽기 조차도 왼손의 도움 없이는 자세 유지가 힘들다. 옷 입기, 샤워하기까지, 모든 일상이 불편하다. 평소 아무런 생각 없이 고마움을 자각하지 못한 채 당연한 듯 살아 왔음을 재발견하게 된다. 오른 손 곁에는 왼손이 소리 없이 일을 완성시킨다는 사실을, 오른 손 왼 손의 도움닫기가 이토록 절실한 것이었다. 오른 손 곁에는 항상 왼손이 묵묵히 보이지 않게 일을 완성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일의 성과를 위해 왼손과 오른 손의 균형 잡힌 기여가 이루어져야 목적에 다가 갈 수 있는 것인데 일의 완성도 평가에는 오른 손 업적이 눈부시고 왼손 공로는 번번히 묻히고 만다. 그래도 왼손은 불평 없이 묵묵히 제 본분만 다 할 뿐이다. 그러다 오늘처럼 오른 손에 유고가 생기면 왼손은 오른 손 임무까지 진두지휘할 만큼 완벽하게 만능적 재능을 발휘하게 된다. 한 번은 오른쪽 다리 통증으로 한의원을 찾은 일이 있었는데 오른쪽 부위와 대칭되는 왼쪽 다리에 침술치료를 받으면서 회복 된 경험이 있다. 대칭인 몸 한 쪽에 이상이 발생하면 다른 한쪽 치료로 자연스럽게 복원되기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인생살이에서도 오른 손, 왼 손의 도움닫기 관계들이 산재해 있다. 어느 단체이든 리드 주위 에는 많은 왼손들의 도움 없이는 유지하기가 힘든 일들이 많다. 한 개인의 일상도 오른 손 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는 힘들다. 관계 속에서 많은 네트워크가 필수가 되는 세상 이라서 만나고 부딪히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배워 가며 사회일원이 되어간다. 한세상 살아가는 동안 기쁨 슬픔 행운, 불행을 몸소 체험해 가며 삶의 탄력을 얻게 된다. 삶의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안정감과 지속 가능한 행복감이 완성 된다. 삶의 균형을 잃어버리면 일상은 의미를 잃게 되고, 균형 잃은 행복은 참된 가치 유지가 힘들다.
열 손가락 길이가 다 다르고 용도 또한 다르다. 특별한 교육 없이도 오른손에 문제가 생기면 왼손이 무의식으로 도와주는 것 마냥 우리 몸도 스스로 균형 적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상태가 무너질 때 질병이 찾아 든다. 인체는 산화 환원반응으로 생명유지와 에너지 생성에 필수적인 화학반응과 세포 호흡을 통한 면역반응까지 인체 전신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있다 이렇듯 인체는 생각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자발적인 면역체계로 외부로부터의 자극 반응에 자연스러운 순환으로 도움닫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체 순환의 도움닫기가 새삼 경이롭다. 오른 손과 왼손이 서로 도움닫기가 되어준다는 것은 양손이 서로를 받쳐주는 시너지 효과,
협력 상태가 비유된 것이다. 육상경기의 도움닫기는 운동 역학적 효율성 도약으로 탄력과 반동을 극대화하기 위한 추진력 일환이다. 도움닫기 활용으로 혼자서는 생성해 낼 수 없는 큰 힘을 조직이나 사람이 폭발적 성장을 이루어 내면서 인생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한 당연히 누리는 일상 조건들인 건강, 공기, 물의 소중 함이나 고마움을 잊고 늘 곁에 있는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는 않았는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서로를 지탱 해 주는 도움닫기가 있었기에 어지러운 세상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을. 내 오른 손과 왼손을 따습게 만져주며 지금까지 함께해온 세월의 감사를 나지막이 나눈다. 담백하게 진심 어린 마음으로 고백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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