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새벽마다 스와니 시청 앞 광장에는 정겨운 장터가 열린다. 소박하고 허름한 나무 상자 위에는 갓 수확한 햇고구마와 무, 배추, 제철 과일들이 무심한 듯 정갈하게 놓여 손님을 맞는다. 고향 시골 장터의 정취가 그리워질 때면 먼 스톤마운틴에서부터 기꺼이 차를 몰아 그곳을 찾곤 했다. 흙 묻은 채 놓인 농작물 사이로 오가는 이웃들의 온기는 타향살이의 고단함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소박한 장터를 뒤로하고 돌아설 때마다 문득 가슴 한구석에 무거운 물음이 스친다. “20만 동포가 살아가는 애틀랜타 한인회의 그 넓고 훌륭한 공간은 지금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쓰이고 있는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도 고국 가수를 초청해 동포들의 타향살이 설움을 달래주는 잔치 하나 열리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모여 소통할 청년회관 하나 없는 현실 속에서, 회관 마당에 우뚝 선 고인들의 동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돌아보면 한인회관은 동포들의 뜨거운 정성과 사랑이 살아 숨 쉬던 공간이었다. 지난 30년간 어머니회를 통해 매년 애틀랜타 인근 4개 대학의 한인 유학생과 청년들을 초청해 ‘엄마밥’을 지어 먹였다. 매년 1,000달러 이상을 쾌척하며 힘을 보탠 어르신들이 30명을 훌쩍 넘었고, 정성껏 차린 고국의 밥상을 마주한 청년들은 조국에 대한 긍지와 사랑을 나누며 가슴을 적셨다. 또한 5,000여 권의 책을 정성껏 모아 도서관을 세우고 관장으로 일하던 시절, 이민 생활의 아픔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책을 빌려 가며 미소 짓던 동포들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기억이다.
한인회는 동포들이 피땀 흘려 모은 기금과 정성으로 세워진 터전이다. 결코 특정 기부자나 소수 집행부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20만 동포 모두가 주인이 되어야 마땅하다.
이제라도 한인회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동포 사회의 진정한 ‘사랑방’이 되어야 한다. 주말이면 앞마당을 활짝 열어 누구나 장터를 열고 오가게 하고, 차세대 젊은이들이 한국인의 멋과 긍지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열린 무대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서로의 타향살이 설움을 보듬고 온기를 나누는 공간,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바라는 살아있는 한인회의 모습이다.
글: 박경자 (전 애틀랜타 한인회 도서관장 / 어머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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