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중기가 지난해 6월 팬카페에 “와이프 고향인 이곳 로마에서 마침내 아가하고 만났다”고 득남 소식을 전한 뒤 이탈리아 국적법이 잠시 화제가 됐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송중기의 아들이 이탈리아 국적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송중기와 엄마 케이티 루이즈 손더스 사이에서 탄생한 아기는 그 대신 부모의 국적에 따라 한국과 영국 2개의 국적을 갖게 됐다.
유럽에서도 엄격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국적법은 현지 출생자라도 부모가 이주자면 18세가 될 때까지 시민권을 신청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탈리아에서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현행법상 18세가 돼야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지독한 관료주의 탓에 시민권 취득 절차에 최장 4년가량 걸리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들은 20대 초반이나 돼야 비로소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이주민 가정의 자녀 약 90만 명이 학교 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탈리아 전체 학생 820만 명의 10.6%가 외국인 신분으로 학교를 다녀야 하는 셈이다.
2024 파리 올림픽 이후 꽉 막힌 이탈리아 국적법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논란이 뜨겁게 불붙고 있다. 다인종·다민족으로 구성된 이탈리아 여자 배구 대표팀이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가운데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는 변했다”며 국적법 개정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우파 연정 파트너인 전진이탈리아(FI)의 대표인 그의 입장 변화에 따라 제1야당 민주당(PD)의 국적법 개정안이 결실을 보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PD의 개정안은 이탈리아에서 대부분의 정규 교육을 마친 사람의 귀화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또 다른 연정 파트너인 동맹(Lega)과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태도가 변수다.
<문성진 서울경제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