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림현상’ 수십년래 최고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일부 대형종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증시에서 상위 10대 종목의 비중은 58년 만에 가장 높았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선진국 23개국과 신흥국 24개국의 벤치마크 주가지수를 포함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MSCI) 선진국·신흥국 지수에서 상위 10대 종목의 비중은 19.5%였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4년 이후 가장 높다. 2016년에는 이 비중이 9% 미만이었으며, 닷컴 기업들이 주목받아 쏠림이 심했던 2000년 3월에도 16.2%였다. 선진국 시장만을 대상으로 하는 MSCI 선진국 지수에서는 상위 10개 종목 비중이 21.7%다. 모두 미국 기업들로만 이루어져 이 지수의 미국 비중은 71%까지 올라갔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엘로이 딤슨과 런던 경영대학의 폴 마쉬, 마이크 스턴턴의 자료를 보면 미국 증시의 대형주 쏠림은 더 심하다. 미 증시서 상위 10대 종목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28.6%로, 지난 1966년 이후 58년 만에 가장 높았다. 1995년의 11.9%에서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이런 쏠림 현상은 추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다양한 기업에 고루 투자하는 전통적 투자자들에게는 불리하다.
컨설팅업체 베타파이의 토드 로젠블루스 리서치 책임자는 "미국 비중이 71%나 되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미국의 거시경제 환경과 미국의 투자심리에 불균형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기대할 수 있는 분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에 돈을 묻어두는 게 요즘 추세이긴 하지만 위험성이 없다고 하긴 어렵다.
영국 웰스클럽의 니콜라스 하예트 투자매니저는 "2007~2008년의 금융 위기 때 글로벌 주가는 거의 40% 급락했다"면서 "지금 투자자들이 몰리는 시장은 주가가 더 심각하게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