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1.7% → 2월 7.4%
내년 만기도래만 1조달러
코로나19 사태와 재택근무 확산, 공실률 급등 등으로 상업용부동산(CRE) 대출 부실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고금리 기조와 맞물려 CRE 대출 관련 파생상품 시장은 물론 지역은행들의 부실 가능성이 표면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CRE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지난해 7월 1.7%에서 올 2월 7.4%로 뛰었다. 1월(8.6%)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7개월 만에 연체율가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다. CRE CLO는 CRE 담보대출을 증권화해 유통한 금융 상품이다. 통상 3~5년의 단기 변동금리 대출을 여러 건 묶은 형태로 CLO 발행·관리 업체가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자산운용사인 젠트러스트의 대체투자 디렉터인 마크 닐리는 “CLO는 CRE 대출 시장에서 가장 먼저 부실이 발생하는 분야”라며 “통상 리모델링 등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임시로 자금을 조달한 뒤 대출 만기 전에 부동산을 매각해 상환하는 형태가 많은데 (공실과 공급이 많은)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는 차주들이 부동산 구매 당시 가격으로 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는 이미 발생하고 있는 연체 손실의 상당 부분을 CLO의 발행사가 떠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실 CLO를 발행사가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CLO 발행사들은 연체 대출 가운데 13억달러를 사들였다. 이는 2022년(4억8,000만달러)의 세 배 수준이다. 통신은 “이는 1월 CLO 연체율이 정점을 찍고 2월에 내려간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해준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발행사의 경우 한계상황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업계 최대 발행사 중 하나인 아보리얼티신탁의 대출 연체는 1월 9.2%에 이른다. 머디워터스캐피털 설립자인 카슨 블록은 “최근의 모습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지역 은행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 등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1조달러 규모의 CRE 대출 가운데 약 70%는 중소·지역 은행이 떠안고 있다. 고금리 환경도 여전해 미실현 손실 부담이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컨설팅 기업인 클라로스그룹이 약 4,000개 미국 은행들을 분석한 결과 282개 기관이 CRE에 대한 대출 비중이 자본의 300%를 넘어가거나 미실현 손실 확대로 자기자본비율이 4%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위원회에서는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권고한다.
클라로스그룹 공동설립자인 브라이언 그레이엄은 “만약 10개 은행이 곤경에 처한 것이라면 시장에서 퇴출시키면 된다”며 “그러나 만약 문제에 직면한 은행이 수백 곳이라면 규제 당국은 긴장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는 징후는 이미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최근 재무 등이 취약한 대출 기관의 수가 지난해 4분기에 전 분기보다 8개 증가한 52개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동성이 낮은 은행이 2021년 9개에서 지난해 67개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RB·연준)는 금융 시스템 위기로는 번지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초 의회 청문회에서 “은행 부실이 확실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파산에 이르지 않더라도 사실상 일부 은행들이 좀비 은행으로 연명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