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 “국가안보와 국방에도 중요”
조선·해운산업이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무역전쟁의 새로운 전쟁터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미국 5개 노조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핵심 해양, 물류, 조선 분야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행동과 정책, 관행을 조사해달라고 청원한 것을 계기로 보도한 기사를 통해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보도에 따르면 해운은 5,000년 넘게 세계 경제의 중심에 있었고, 과거 못지않게 오늘날에도 중요하다. 해운은 무역에 미치는 중요성이 클 뿐만 아니라 상품이동에 대한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국가안보와 국방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문은 USTR이 공개한 미국 5개 노조의 청원서에 나온 핵심 주장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지적하는 동시에 중국산 선박에 대한 요금 부과, 조선업 지원기금 조성 등을 포함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라고 소개했다. FT는 미국 노조의 청원에 대해 “한 산업 분야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에 극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군사력 증대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해운산업 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조선업은 지난 50년 전과 비교해 극과 극의 상황에 놓여있다. 1975년 미국 조선업은 연간 70척 이상의 상선을 생산하며 세계 생산능력 1위를 차지했지만,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전 세계 상선의 1% 미만을 생산해 세계 19위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은 최근 20년간 연간 미국 생산량의 3배 이상을 만들어냈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 10척을 만드는 데 그쳤던 원양 선박을, 중국은 1천척 이상 건조해냈다.
이같은 비약적인 발전에는 ‘세계 조선업을 지배하겠다’는 열망 속에 중국 정부가 조선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폭적으로 지원한 것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신문의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은 첨단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전략기술 분야를 비롯해 핵심 광물, 투자, 관세, 중국산 제품의 덤핑문제에 이르기까지 분야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미국 정치권이 중국산 크레인을 문제 삼는 등 해운·물류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진화중공업(ZPMC)이 만든 크레인에 의심스러운 장비가 설치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FT는 조선업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노조 청원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에 우선적으로 달렸다고 분석했다.
USTR은 청원을 접수하면 그 내용을 검토해 45일 내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이후 미중 관계 안정을 위해 노력해 온 조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중 관계는 물론, 선거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요인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청원 수용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해야 하지만, 이를 신속히 수용하지 않는다면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노동계 지지를 잃을 수도 있고 중국에 약해 보일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F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