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퇴출’ 하원 통과 전망
민주·공화 모두 강제 매각 지지
중국의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 강제 매각’을 골자로 한 법안이 이르면 이번 주 미국 연방 하원을 통과할 전망이다. 틱톡을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으로 보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법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금세 추진 동력을 잃으며 흐지부지됐던 과거 시도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진짜로’ 미국에서 틱톡이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9일 미국 언론들 보도를 종합하면, 하원은 지난 7일 에너지상무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이른바 ‘틱톡 퇴출 법안’을 곧 본회의에 올려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법률 발효 후 165일 안에 틱톡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틱톡을 애플·구글의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에서 제거하겠다는 내용이 법안의 핵심이다. 틱톡과 중국의 연결 고리를 끊거나, 미국 내에서 아예 차단해 버리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에 이를 가능하게 하는 권한을 명확히 부여하는 게 새 법안의 목표”라고 짚었다.
미국 정치권은 틱톡이 중국 기업 산하에 있는 한, 미국인 이용자 1억7,000만 명의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 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강제 매각시키려 했으나 재선 실패로 없던 일이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틱톡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 지난해 연방정부 전 기관에 틱톡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다만 딱 여기까지였다.
대선 국면과 함께 점차 동력을 잃었던 ‘틱톡 퇴출’ 움직임이 되살아난 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직후다. WSJ는 “개전 후 틱톡에 전쟁 관련 영상이 급속히 퍼졌다”며 “일부 의원은 틱톡이 친팔레스타인·반이스라엘 콘텐츠를 선호한다고 여겼고, ‘미국에서 이 앱을 금지해야 한다’고 다시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틱톡 퇴출법은 이후 초당적 공감을 얻고 빠르게 추진됐다. 하원 전체 표결로 향하게 된 법안이 하원·상원 문턱을 차례로 넘고 대통령 서명까지 받으면 틱톡은 미국 사업권 매각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법안이 의회에서 가결되면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8일 밝혔다.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는 “단지 눈길을 끌려는 법안이 아니다. 실제로 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테크 업계에선 ‘예비 틱톡 구매자’의 이름도 벌써 거론된다. WSJ에 따르면 미국 게임 업체 액티비전의 바비 코틱 전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장이밍 바이트댄스 회장에게 틱톡 인수 관심을 표명했다. 신문은 “코틱은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에게도 공동 인수를 제안했다”며 “틱톡 인수 시 오픈AI의 인공지능 모델 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재임 시절 ‘틱톡 몰아내기’에 전력을 다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틱톡을 없애면 페이스북(메타)의 사업이 두 배로 성장할 것”이라며 “난 지난 선거에서 사기 친 페이스북이 더 잘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진정한 국민의 적”이라고 소셜미디어에 썼다. 입장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당내 여론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그가 ‘틱톡 퇴출 반대’를 명시적으로 밝힐 경우, 공화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