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주 공립교사 이직률, 2022년 급등 후 고공 행진"
미국 교사들이 오르지 않는 임금과 훈육이 되지 않는 학생들에 지쳐 계속해서 교직을 떠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내 많은 주에서 공립학교 교사의 이직률이 정상 수준을 웃돌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역 내 공립교사의 이직 현황을 공개한 10개 주를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한 결과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여름에는 이직률이 낮아졌다가 2022년 급격히 치솟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2023년에는 공립교사 이직률이 전년 대비 소폭 낮아졌지만, 팬데믹 이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예컨대 애리조나주에서는 교사 이직률이 2019년 14%였다가 2020년 13.1%로 감소했고, 2022년 18.5%로 치솟았다. 작년에는 16.1%를 기록했다.
버지니아주에서 팬데믹 이전 교사 이직률은 12% 미만을 유지했으나 2022년에는 이 비율이 15.3%, 지난해에는 14.1%로 상승했다. 반대로 교사의 공석 비율은 4.5%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교사 이직률은 주마다 정의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해당 주 공립 학교에서 더는 교육 활동을 하지 않게 된 교사의 비율을 말한다.
이처럼 교직을 떠나는 교사가 많아진 배경으로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임금과 팬데믹 이후 악화한 학생들의 문제 행동 등이 꼽힌다.
미국 공립학교 교사의 평균 급여는 6만6천달러(약 8천800만원) 정도로, 물가상승률에 의한 조정을 제외하면 수십년간 거의 오르지 않았다.
팬데믹 기간 원격 수업 등을 거치면서 학생들의 문제 행동은 더 심각해졌다. 학생들이 수업 중에 떠드는 건 물론 교내에서 폭력 사건을 벌이거나 총기를 소지하는 등 사례가 크게 늘었다.
2009년 대학을 졸업하고 버지니아주에서 교편을 잡았던 전직 교사 벳시 섬너는 작년 여름 퇴직을 선택했다. 집에선 자녀 4명을 양육하고 학교에선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데 받는 임금은 합당한 수준에 못 미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텍사스주에서 세계 지리를 가르치다 2022년 교사 일을 그만뒀다는 라이언 히긴스는 "나는 9학년을 가르쳤는데 학생들은 정서적으로 7학년 같았다"며 "가르칠 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WSJ이 취재한 전직 교사 일부는 최근 미국에서 인종·성별 등과 관련한 문제를 수업에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와 관련한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면서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약화한 것도 이직의 배경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매체는 교사들의 이직률이 높을수록 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더 낮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013년 발간된 한 논문은 8년간 뉴욕시 4, 5학년 학생 85만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교사 이직률이 높은 학년에 속한 학생들의 영어·수학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의 공립학교들은 신규 교사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버지니아 로우던 카운티의 초등학교 교장 폴 팩은 올해 교사 두 명을 충원하려 했지만 끝내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면서 "버지니아는 물론 전국적으로 교사 후보자 풀(pool)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