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만으로 불가능” 분석
10년간 GDP 7조 증대 효과
미국 내 이민자들이 지난해 노동시장 활황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이민 문제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지만, 적어도 경제적 관점에서는 이민이 필수라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간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 분석을 인용해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 사이 새로 생긴 일자리의 약 50%가 외국 출생 근로자로부터 나왔다고 27일 보도했다.
연방 노동통계국 통계를 보면 지난해 노동시장 내 이민자 비중은 18.6%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2022년 중반까지 외국 출신 노동력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팬데믹 이후 벌어진 인력 부족을 해소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연방의회 예산국(CBO)은 미국 내 노동력 수가 이민 유입 증가에 힘입어 2033년까지 약 520만명 증가하며,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이민자 유입이 없을 경우에 비해 7조 달러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민자들이 경제에 해를 끼치고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주장하지만, 경제적 기록은 대체로 그 반대”라고 짚었다. 피아 오레니우스 댈러스연방준비은행 부총재는 “이민 유입이 천문학적 수준이었고,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내국인만으로는 이 정도로 성장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민 문제가 미국 정치에서 매우 폭발력 높은 이슈라는 점이다. 갤럽이 이날 공개한 성인 1016명 대상 설문 결과를 보면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이민 문제를 꼽은 응답자가 28%로 가장 많았다. 불법 이민이 미국의 핵심 이익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응답도 55%에 달했다. 이를 의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범죄를 부각하고 사상 최대 추방 정책을 공약하는 등 쟁점화하고 있다. 그 동안 이민 문제에 있어선 유화적인 입장을 취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오늘(29일) 텍사스주 남부 국경도시 브라운즈빌을 찾아 국경통제 강화 방안 등 관련 정책을 언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와중에 중남미 출신 불법이민자 남성이 20대 여대생을 살해한 사건까지 발생, ‘불법 이민’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WP는 남부 조지아주에서 아침 운동 중 숨진 채 발견된 20대 여대생의 살인범으로 베네수엘라 국적의 불법 이민자인 26세 남성 호세 이바라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