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연준 지연된 금리 정책
인플레이션 재발생 가능성
고금리 주택담보대출도” 꼽아
미국 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낙관론은 커지고 있지만 리세션(경기 침체) 유발 요인들은 여전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진단했다.
NYT는 고금리에 따른 침체가 뒤늦게 찾아올 가능성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발생 등을 위협으로 꼽았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실업률은 낮은 상태를 유지하며,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를 피할 것이라는 낙관론은 커지고 있다. 재작년 중반부터 줄곧 리세션을 외쳐온 웰스파고마저 지난주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미 경제 앞에 꽃길만 놓여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표면 아래 균열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웰스파고가 경기 침체 전망을 접은 날,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노동시장 약화 징후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냈다.
고용은 둔화하고 있는데, 최근 일자리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소수의 산업에 그치고 있다. 또 해고율은 여전히 낮지만, 실직한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웰스파고의 사라 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낙관론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면서도 “아직 숲에서 빠져나온 게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경기 침체 위험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향후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크게 세 가지로 꼽고 있다.
첫 번째는 연준의 고금리 정책의 여파가 뒤늦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쳐 리세션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연준은 수십년간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는데, 목표는 인플레이션이 잡힐 만큼 수요를 억제하되, 기업들이 대량 해고에 나설 정도까지는 아닌 수준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연준 내부 인사를 포함한 대부분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신중한 조정은 너무 까다롭고 일단 소비자와 기업들이 부진에 빠지면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했다. 결국 분석 자체는 맞지만 시점은 맞추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연준발 침체론의 핵심이다.
상당수 기업이 2020년과 2021년 초저금리 시대에 차환에 성공했고 가계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쌓아둔 저축 또는 채무 상환으로 고금리를 버틸 수 있었지만 최근 이런 완충장치들은 잠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카드 대출은 사상 최고치를 향해가고 있고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주택시장을 둔화시키고 있으며, 코로나 기간 유예됐던 학자금 대출 상환이 다시 시작됐다. 지난해 연말 샤핑 시즌에 사상 최고로 불어난 ‘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BNPL, 후불결제)의 상환 시즌이 다가왔는데, 전체 규모 파악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 서비스 이용자들의 연체율이 자동차 대출, 주택담보대출 같은 다른 신용 상품보다 연체할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다고 미국 CNBC방송은 보도했다.
두 번째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연준은 경제가 활력을 잃더라도 금리를 인하할 수 없게 된다. 최악의 경우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한다는 압박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일했던 라구람 라잔 이코노미스트는 “강한 수요에도 인플레이션이 내려오고 있다”며 “문제는 앞으로도 우리가 운이 좋을 수 있냐는 것”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부분적으로 원자재와 노동력의 공급 측면이 대폭 개선됐기 때문인데, 올해 비슷한 공급 회복을 기대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최근 뉴욕 증시 상승세는 경제에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연준의 행보를 한층 공격적으로 만들어 오히려 장래에는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충분히 긴축적인 재정 조건을 유지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고 우리가 거둔 진전이 뒤집힐 위험이 있다”면서 연준이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