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건물 공실률 19.6%
연체율 내년까지 4.9% 상승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는 상업용 부동산이 이제 막 회복을 시작하는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오는 2027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조달러를 훌쩍 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중 상당 규모가 고금리 차환 압박에 직면해 채무불이행(디폴트) 급증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중에서 특히 오피스 부동산의 공실률과 부실화 우려가 제일 크다.
16일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트렙에 따르면 지난해 만기를 맞은 오피스 빌딩과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 대출액은 역대 최대인 5,410억달러에 달했다. 만기 대출금은 계속 증가해 2027년 말까지 2조2,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자들은 가치 하락과 높은 공실률, 나빠진 현금 흐름 속에 고금리 충격을 맞닥뜨리게 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수요가 급감한 오피스 부동산의 상황이 제일 심각한데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올해 연말 상환 또는 재융자 시기가 닥친 오피스 부동산 규모는 1,170억달러에 달한다. 2년 후에는 1조5,000억달러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매체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주요 도시 사무실 공실률은 19.6%까지 올랐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8.8%보다 더 오른 것으로, 1986년과 1991년의 이전 최고 기록 19.3%도 넘는 수치다. 무디스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9년 이후 44년 만에 가장 높다.
문제는 이들 오피스 부동산의 절대 다수가 현재의 모기지 금리 대비 절반 수준의 낮은 금리가 적용되던 5, 7, 10년 전에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지난해 1월~9월에만 전년 대비 9% 하락했으며 거래는 전년 대비 53%나 급락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10년 사이 상업용 부동산의 모기지 금리가 약 2배 가량 오른 반면 그 가치는 하락한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수의 매물이 부실 처리될 것”이라며 “부실 매물이 증가하면 투자자들은 물론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비율이 높은 중소 은행들의 손실도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유주와 채권자들은 이미 대출 만료로 인하 재융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리금을 이자와 함께 갚아가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달리 대부분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이자만 갚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대출 만기 때 차환하거나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들은 건물 가치 하락으로 ‘자산가치 대비 융자 금액 비율’(LTV·담보 대출 비율)이 높아지면 자신의 돈을 토해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하지 못해 소유 부동산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에 따라 공실률이 높아지고 렌트 수입이 급감하며 소유주들이 임대료를 올리거나 변동금리의 부채를 갚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금융권의 손실은 증가하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유가증권으로 전환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연체율을 2024년 4.5%, 2025년 4.9%로 예측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11월 2.25%의 두 배 이상이 된다.
금융 당국은 상업용 부동산 손실이 한층 광범위한 금융 시스템으로 확산할까 우려하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신설된 연방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작년 보고서에서 “재정적으로 부실한 부동산의 매각은 가치 평가의 폭넓은 하락세로 이어질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세수도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FSOC는 금융기관들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노출액을 자세하게 파악할 것을 권고했다. FSOC는 자체 포트폴리오뿐 아니라 다른 부동산 채권자들에게 빌려준 돈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