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사칭 주의보
“계좌 도용됐다” 현혹
신분 도용 등을 노리는 금융사기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인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한 한인이 금융기관을 사칭한 사기범에 의해 1만5,000달러 상당의 피해를 당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이처럼 사칭 사기가 기승을 부리지만 관련 기관도 ‘우리가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아 등 피해 복구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이 조심하는 것을 넘어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단속, 예방 및 해결책 마련 역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어바인에 거주하는 50대 한인 A씨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기(Fraud) 담당국이라고 소개하는 안내 음성이 나오는 전화를 받았다. 이어 마이애미에서 돈을 사용한 기록이 있다며 아니면 1번을 누르라는 안내 음성이 이어졌다.
마이애미에서 사용한 적이 전혀 없기에 1번을 누르니 자신의 이름이 키아니 스카이 마레로라고 소개하는 한 남성이 전화를 받고 도와준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A씨가 운전 중이라 지금 뭔가를 할 수 없다고 했으나, 수화기 너머 남성은 가까운데 주차할때까지 끊지말고 기다려 준다고 했다. 집에 도착해 주차를 한 뒤 통화가 계속됐고 은행 어플리케이션에 들어가서 봤는데 특별한 기록이 없자, 수화기 너머 남성은 송금서비스인 젤(zelle)에 들어가서 확인해볼 것을 요구했다.
A씨가 들어가보니 3개의 거래 내역이 보였고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고 하자 남성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A씨는 “이후 바로 회복된 기록이 나타났고, 그 이후 그의 질문에 다 대답해주게 됐다”고 말했다.
남성은 A씨에게 은행 계좌에 문제가 생겨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새 계좌를 만들 때까지 금융앱(애플캐시)을 설치하고 계좌에 있는 돈을 거기에 옮겨 놓으라고 말했고, A씨는 이를 그대로 했다고 한다.
남성은 전화기가 해킹당한 것 같다며 애플 패스워드를 바꾸라면서 복잡한 패스워드 하나를 알려줬다. 이후 금융앱을 시험해 본다고 하더니 조금뒤 다 해결됐다면서 24시간 안에 새로운 은행 계좌를 만들어준다며 다음날 아침 이메일을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오후까지 연락이 없어 확인해 봤더니 A씨의 계좌에서 이미 돈이 다 빠져나간 뒤였다. 금융기관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기범이였던 것이다.
피해자에 따르면 피해액은 1만5,000달러 정도이며,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애플 고객 서비스에 연락해봤지만 결론적으로 복구는 힘든 상황이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남가주를 포함한 전국적으로 정부, 금융 기관 등을 사칭하는 사기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LA와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서 지난해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3분기 동안 이같은 사기가 1만6,008건이나 보고됐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사기범들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일반인들이 널리 알고 있는 기관을 사칭하고 ▲ 무언가 문제가 발생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현혹하며 ▲즉시 행동하도록 압박하고 ▲특정한 방식으로 돈을 보내도록 요구하는 등의 수법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FTC는 또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원치 않는 전화와 문자 차단 ▲예상치 못한 개인 정보나 금융 정보 제공 요청을 거부 ▲즉시 처리 요구 거부 ▲사기꾼의 금전 요구 수법 숙지 등을 권고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