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인상 혜택도 차이나
“최소 3일은 출근해라”
“직원의 승진을 고려할 때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승진 대상 직원이 회사 지침과 정책을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11월 아마존의 브래드 글래서 대변인의 말이다. 에둘러 말했지만 1주일에 최소 3일 이상 정기적으로 사무실에서 근무하라는 회사 지침을 따르지 않는 직원은 승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경고다.
아마존이 재택근무 직원에 대해 승진 기회 박탈 가능성까지 거론한 데는 사무실 복귀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주 3일 사무실 근무 방침을 발표했고 7월에는 재택근무 직원들에게 대도시 사무실로 출근을 통보했지만 재택근무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지난해 8월에는 앤디 제시 최고경영자는 “회사의 출근 규정을 따르지 않는 직원은 다른 일자리를 고려하는 것이 낫다”며 재택근무 직원들의 해고까지 암시하는 경고 이메일을 보내며 재택근무 직원들을 압박한 바 있다.
재택근무를 고집하는 직원들에게 승진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아마존의 경고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사무실이나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에 비해 재택근무 직원들이 승진에서 누락되는 사례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근무 복귀율을 끌어 올리려는 기업들이 승진 누락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재택근무자들에게는 칼이 되어 돌아오는 형국이다.
12일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고용 정보 제공업체인 라이브 데이터 테크놀러지스가 200만명의 사무직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택근무 직장인들이 사무실이나 하이브리드 근무 직장인에 비해 승진률이 31%나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무실이나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승진률은 5.6%인데 비해 재택근무 직장인의 승진률은 3.9%에 그쳤다. 재택근무 직장인들이 승진률에서 1.9%포인트 낮아 상대적으로 승진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재택근무 직장인들이 승진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스탠포드대학에서 재택근무 및 관리 실제를 연구하고 있는 닉 블룸 경제학자는 “직장 내 근접 편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글자 그래도 이것은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접 편향성이란 심리적, 물리적으로 가까이에 있어 친숙한 사람이나 사물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는 그만큼 경영진이나 상사들이 사무실 근무 직원들을 재택근무 직원에 비해 더 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가 11개국의 1,325명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90%의 CEO들이 사무실 근무를 하는 직원들에게 승진이나 급여 인상의 혜택을 더 주고 싶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승진 카드를 뽑아 들고 나선 데는 팬데믹 시기에 직장 근무 형태로 자리잡은 재택근무가 사무실 복귀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연방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직장인 중 재택근무를 고수하고 있는 직장인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승진과 급여 인상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재택근무를 고수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재택근무로 일과 쉼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자 중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 비율은 23%인 반면 하이브리드 근무 직원의 경우 28%, 사무실 근무 직장인은 31%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시스템을 늘리며 직원들에게 ‘당근과 채찍’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많은 직원들은 이마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