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뉴욕증시 46억달러 규모
블랙록·그레이스케일 ‘두각’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및 거래를 10일 승인하자, 바로 다음날인 11일 뉴욕증시에서 역사적인 상품 거래가 개시됐다. 거래 첫날부터 거래 수요가 몰리면서 11개 ETF의 거래 규모는 46억달러 규모에 달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심벌: GBTC)를 비롯, 총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동시 상장돼 거래됐다. 이날 비트코인 현물 ETF를 상장한 자산운용사는 그레이스케일 외 블랙록(IBIT), 아크인베스트먼트(ARKB), 위즈덤트리(BTCW), 인베스코 갤럭시(BTCO), 비트와이즈(BITB), 반에크(HODL), 프랭클린(EZBC), 피델리티(FBTC), 발키리(BRRR), 해시덱스(DEFI) 등이다.
거래 첫날 그레이스케일의 GBTC가 다른 경쟁 상품들을 압도했다. 이날 GBTC의 거래량은 5,489만7,000여건으로, 이날 종가 기준 거래액이 22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개장 첫날 전체 11개 ETF 거래액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자 미국 내 ETF 업계 1위인 블랙록의 IBIT는 이날 거래량이 3,566만4,000여건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종가 기준 거래액은 9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SEC가 승인을 하면서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처음 선보인 지 15년 만에 제도권 금융의 한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월가는 이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20년 전 금 ETF 승인 당시처럼 시중 자금을 대거 끌어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도 분석했다. 금 ETF는 20년 전 금 시장을 변화시켜 금 가격에 큰 상승을 불러왔다. 실제 금 ETF가 도입된 후 20년간 금값은 급등했다. 도입 직후 7년 만에 금값이 4배 이상 상승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비트코인 ETF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월가는 또한 현물 ETF 출시로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성과 투자 접근성이 개선돼 1,000억달러에서 많게는 2,250억달러의 자금이 신규 유입될 것으로 관측했다. 비트코인 가격도 장기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올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현재의 두 배를 넘는 10만달러로 상승한 뒤 2025년에 20만달러까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이전처럼 ‘코인베이스’ 등 거래소에 가입해 코인을 구매하지 않고도 ETF를 통해 간접적으로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일반인들의 가상화폐 투자가 쉬워지고 투자비용이 절감되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TF 투자자들은 실물을 사지 않고도 해당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증권거래소에서 간단히 사고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익률은 해당 ETF 포트폴리오에 담긴 자산들의 가격 등락에 따라 실시간으로 결정된다.
실제로 아크인베스트먼트와 인베스코, 피델리티, 발키리 등 이번 비트코인 ETF 승인을 신청한 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은 모두 일정기간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월가에서는 다음 ETF 승인 대상으로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한편 현물 ETF 상장 첫날 비트코인 가격은 소폭 하락했다.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4만6,278.92달러로 24시간 전 대비 0.53%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한때 4만9,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가 하락세로 돌아서며 상승 폭을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현물 ETF 승인 직후 기존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움직임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간 하락세를 보이겠지만, 향후 장기적인 가격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에 상장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사는 게 현재로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른 투자 중개 상품의 라이선스 범위 밖의 상품이라는 판단 아래 한국 금융투자업자(증권사)의 중개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