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로 본 올해 미 경제
뉴욕타임스(NYT)가 20일 연말을 맞아 영화 ‘바비’, 새로운 음식 트렌드 ‘걸 디너’ 등 올해 유행을 통해 미국 경제를 조망했다.
이들 흐름에는 노동시장과 경제 성장, 내년 전망에 대한 시사점이 담겨있어 주목된다.
신문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올해 여름 미국인들을 사로잡은 영화 ‘바비’ 포스터에 등장하는 “바비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지만, 켄은 그냥 캔일 뿐”(She‘s everything. He’s just Ken)이라는 문구다.
가상 세계 바비랜드에서 여자 주인공 바비는 대통령 또는 의사, 변호사 등 모든 것이 될 수 있지만, 남자 주인공 켄의 존재는 미미하다는 뜻이다. 또 영화는 바비가 여성이 지배하지 않는 현실 세계에서 수난을 당하는 모습이 담겼다.
올해 실제 미국 노동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25~34세 젊은 여성층 취업률은 젊은 남성에 비해 약 10%포인트 뒤지긴 하지만, 85%를 넘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반면에 젊은 남성 취업률은 1990년대 수치를 밑돌았다. 또 35~44세 여성 그룹의 취업률은 최근 상승하고 있는 데 반해 남성 그룹은 하향 추세다.
남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이 축소되는 이유로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들은 결혼과 출산의 감소를 꼽는다. 결혼이 남성 노동 공급을 늘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남성들은 최근 많은 새 일자리가 생긴 보육과 간호 같은 ‘핑크칼라’ 서비스 산업에서 소외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 경제를 대변하는 또다른 트렌드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의 라이브 콘서트 열풍이다.
두 가수의 공연은 올해 미국의 커다란 경제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소비자들은 실황 공연과 해외여행 같은 서비스 분야에서 소비를 크게 늘렸다. 이런 현상은 고금리 여파로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본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올해 북미에서 시작된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는 스위프트를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 때문에 공연이 열리는 도시의 식당, 호텔 등의 매출까지 함께 늘면서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걸 디너’(Girl Dinners) 역시 여성들이 유행을 선도한 사례다. 걸 디너는 접시 없이 간식 등을 간소하게 차려 먹는 것을 말하는데, 코로나19 사태 때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것이 유행한 이후 지난 여름부터 여성들은 자신들의 간편식 영상을 틱톡 등에 부쩍 더 많이 올렸다.
남은 치즈 덩어리와 마카로니, 치킨너깃 등 저렴한 재료로 만든 것이 많았다. 이들은 음식 절약으로 향하는 광범위한 경제적 추세를 환기했다.
월마트와 맥도널드를 비롯한 대형 소매업체들은 급격한 식료품 인플레이션 이후 중산층까지 포함한 새로운 샤핑 집단이 식료품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료품에 돈을 덜 쓰게 만든 요인은 또 있었다. 바로 비만 치료제 오젬픽과 위고비다. 이들 약품은 비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이었지만, 일부 소매업체와 패스트푸드 체인에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월마트는 비만치료제로 몸무게를 줄인 사람들이 음식 구매를 줄였다고 밝혔다.
올해 대세를 말할 때 오픈AI의 챗GPT도 빼놓을 수 없다.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며, 잠재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등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사무직 노동자들은 이메일 작성에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