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가구 중 58%가 투자, 부동산과 재산 증식 기여
댈러스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하고 있는 닉 루차크는 현재 공인재무설계사를 꿈꾸며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공인재무설계사의 꿈을 갖게 된 것은 대학2학년 때인 2020년 주식 투자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그는 갖고 있던 57달러로 온라인 주식중개업체 로빈후드에 개인 계좌를 만들어 주식을 사고 팔았다. 루차크는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형제들과 논의해 가면서 주식 투자를 시작했고 아마존 주식을 사서 나름 수익을 올렸다”며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저축 등 은행 예금 위주로 형성된 미국 가계의 자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가계 자금의 투자 시장의 축이 은행 계좌 저축에서 주식 시장의 투자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선포한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주식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데다 집값 상승에 따른 가구 자산의 증가로 가계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서 주식 투자에 나서는 미국 가구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은행이나 장롱 속에 잠들어 있던 가계 자금이 주식 투자에 몰리면서 미국 가구의 투자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18일 월스트릿저널(WSJ)은 주식을 보유한 미국 가구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가구는 전체 가구 중 5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53%에서 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WSJ은 5%포인트 상승률은 1989년 조사가 실시된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라고 평가했다.
미국 가구의 주식 보유 증가를 이끈 것은 주식에 직접 투자를 한 미국인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직접 주식에 투자한 가구는 전체 가구 중 21%로 2019년 15%에서 6%포인트 상승했다. 이것 역시 1989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에 해당한다.
401(k)와 같은 은퇴계좌를 통한 주식 투자 방식에서 개인이 직접 주식을 선정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적은 투자금으로 직접 주식 투자에 나서는 미국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구당 보유 주식 가치는 떨어졌다. 지난해 가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의 중간값은 1만5,000달러로 2019년 수준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은행이나 집안에서 잠자고 있던 현금들이 주식 투자에 몰리게 된 것은 미국 주식 시장의 호황세에 따른 것이다.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팬데믹 시기인 2020년에 16%나 상승한 반면 2021년엔 27%나 상승했다. 지난해 19%의 하락세를 보인 S&P 500 지수는 올해 23%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공행진 중인 주택 가격도 미국 가구의 주식 보유 상승에 일조한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주거용 주택의 중위 자산 가치는 32만3,200달러로 2007년 주택 시장 붕괴 이전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에 따라 주택을 보유한 미국 가구의 자산 역시 올라 지난해 중위 가구 순 자산 가치는 2019년에 비해 37%나 크게 늘었다. 그만큼 주식 투자에 대한 재정적 여력이 커진 것이다.
미국 가구의 주식 투자 자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가구 재정 자산의 36%를 차지했다. 이는 경제개발협력 기구 소속의 35개국 중에서 에스토니아(55%)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