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19%는 일해… 35년전 보다 2배 늘어
미 전국의 고령 은퇴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용 시장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올해 65세인 한인 김모씨도 그중 한 명이다. 김씨는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지난 2020년 6월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은퇴를 선언했다가 직장을 구한 케이스다. 정보 기술과 관련된 직종에 다시 풀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한 김씨는 “항상 뭔가를 해온 터라 건강한데 집안에 않아 있는 게 죽을 맛”이라며 “일을 하러 집을 나서는 게 너무 큰 기쁨”이라고 했다. 일하는 기쁨도 그렇지만 수입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김씨는 “소셜연금 보다 일해서 버는 급여가 더 많다”며 “재취업으로 삶의 목적과 안정된 수입을 확보할 수 있게 돼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고령 은퇴자들이 재취업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일자리를 찾아 다시 고용 시장에 나서겠다는 고령 은퇴자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레저메빌더가 62~85세 고령 은퇴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12%가 내년에 재취업에 나설 것이라고 응답했다.
스테이스 할러 레저메빌더 어드바이저는 “고령 은퇴자들이 재취업에 나서는 원동력은 재정적 이유인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애를 다시 느끼면서 일을 하는 삶을 그리워하는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진단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은퇴 시기에도 직장을 잡아 일하는 고령 임금 노동자들이 미국 고용 시장에서 떠오르는 고용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5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에서 65세 이상 고령 은퇴자 중 재취업을 해 직장을 갖고 있는 고령 임금 노동자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내 65세 이상 고령자 중 19%가 올해 직장에서 일하며 경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5년 전과 비교하면 2배나 늘어난 수치로 65세 고령층 5명 중 1명꼴에 해당한다.
65세 이상 고령 임금노동자들의 대부분은 풀타이머들이다. 65세 이상 고령 임금노동자의 62%가 풀타임으로, 1964년 당시 56%, 1987년의 47% 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노동 시간이 길다 보니 자연스레 고령 임금노동자의 임금 수준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65세 고령 임금노동자의 시급은 평균 22달러를 받고 있어 지난 1987년 평균 13달러에 비해 2배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이 같은 고령 임금노동자의 임금 상승 속도는 25~64세 임금 노동자의 임금 상승에 비해 가팔라서 두 연령대 임금 차이는 불과 3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크게 좁혀진 상황이다. 1987년 당시에 두 그룹 사이의 평균 시급 격차는 8달러에 달했다.
WP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임금노동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의료 및 보건 분야의 발달로 건강 상태와 수명이 길어졌다는 신체적 이유뿐 아니라 인터넷과 통신 기술 진전으로 전통적인 출퇴근 개념에서 재택근무와 파트타임의 확산이라는 고용 시장 변화 이유도 있다.
여기에 소셜연금을 삭감없이 전액 받을 수 있는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상향 조정한 것도 고령층의 취업을 끌어 올리는 또 다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증가와 함께 임금 수입도 늘면서 고령 취업자들은 주요 소비층으로도 부각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9년~2022년 사이에 65~74세 연령층 자산이 27%나 증가했고 75세 이상 연령층의 자산은 43%나 늘었다. 이는 미국 전체 연령층 자산 증가율 23%를 훨씬 상회하고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65세 이상 고령층들은 고금리에도 주택 구매에 나서거나 크루즈 여행 등 소비에도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65세 고령층이 향후 고용 시장에서 주요 취업 계층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방 노동통계국(BLS)은 향후 10년 내 65세 은퇴 고령층이 미국 전체 노동 인구 중 57%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