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바이든 서명불구
베트남전에 참전해 자유 진영을 위해 싸웠던 미국 내 한인 시민권자들에게도 미군 참전용사들과 동일한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의 ‘미주 한인 베트남전 참전용사 보훈법(Korean American VALOR Act)이 최근 연방의회를 통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확정됐지만 아직 구체적 시행세칙이 마련되지 않아 실제 혜택이 제공되기까지는 갈 길이 아직 먼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LA 총영사관과 베트남 참전용사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출신 마크 타카노 연방하원의원이 발의하고 영 김 의원 등이 스폰서로 참여한 이 법은 미국과 함께 싸웠던 동맹국 출신 참전용사들에게도 미군 재향군인들과 같은 혜택을 주는 조항의 대상 국가에 한국을 포함시키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 법은 의료 지원에 있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해당국과 관련 비용 배상 협약이 체결돼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실효성이 있으려면 연방 정부가 해당국인 한국 정부와 지원 계획을 협의해 확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시행세칙이 아칙 마련되자 않았기 때문에 미국내 시민권자 한인 베트남 참전용사들이 새 법의 혜택을 받으려면 더 시간이 걸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군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국인들의 경우에는 보훈부에서 다양한 의료 혜택을 받고 있다. 첫 번째로 보훈병원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한이 있으며 상태에 따라 병원치료부터 처방약 지원, 재활 서비스, 정신건강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참전용사가 메디케어 A와 B 혜택을 받고 있다면 보훈부에서는 메디케어 혜택 외에도 전쟁 참전으로 인한 건강문제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참전용사가 C나 D와 같은 메디케어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사에서는 추가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조창석 월남전참전자회 워싱턴 국가유공자회 회장은 “최근 주미대사관 국방무관부를 방문해 이 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면서 “이 법이 시행되려면 비용과 관련해 한국정부에서는 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해야하는 만큼 한미 양국간 조율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측에서는 매달 미국에 있는 한인 월남전 참전용사들에게 매달 39만원을 주고 있는데 미국에서 통과된 법으로 인해 얼마를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LA 총영사관의 공공외교 및 보훈 담당 문정희 영사는 “현재 총영사관에 관련 문의가 들어 오고 있지만 미국 정부에서 시행세칙 마련될 때까지 구체적인 안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베트남전 참전을 증명하는 영문 병역증명서가 필요한 분들의 경우 영사관을 방문하거나 혹은 순회영사 때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에서 참전용사를 포함한 재향군인들은 연방 보훈부 웹사이트(www.va.gov)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승인이 되면 기존에 갖고 있는 건강보험에 더해 추가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베트남 참전용사들의 경우에는 모두 메디케어 수혜자이기 때문에 시행세칙이 마련되면 추가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인 베트남 참전자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는 4,000여 명의 미 시민권을 가진 한인 베트남 참전용사들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이 보훈법의 구체적인 시행세칙이 마련되고 한국 정부와의 조율이 이뤄지면 이들에게 위와 같은 추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세희 기자>